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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황하에서 천산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중국 서부는 접점이 그리 많지 않다. 동남아시아나 거리상으로 더 먼 인도 같은 경우는 해상으로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신라 시대 교류했던 흔적이 있지만, 지리적으로 육로로 오갈 수밖에 없는 중국 서부는 찾아가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사이에 중국이 존재했기 때문에 직접 교류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에 중국 서부와 만났던 것은 몽골의 침략을 받았을 때와 고려 시대 원나라를 통해서 티베트 불교가 들어온 것 정도다. 우리나라와의 접점이 없었던 데다가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인지 중국 서부에 관심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곳도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다양한 민족이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살았다. 중국에 점령당하기 전까지. 결국, 그들은 패배했고 지금은 중국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 황하에서 천산까지 는 황하가 시작하는 곤륜산맥에 사는 티베트인에서 시작해 북으로 올라가 회족과 서몽골을 거쳐 천산 산맥의 위구르인까지 그들의 저항의 역사를 감성적으로 써 내려간다. 중국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중국에 여러 번 침략당했던 역사 때문인지 그 감정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전문 역사 서적이 아닌 역사 에세이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밌는 야사를 소개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이런 MSG들이 이야기를 더 재밌게 만든다. 여기서 끝나면 삼류 민담집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역사학자인 만큼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야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기록을 기반으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해준다. 또한, 저자가 해당 지역과 민족에 관심이 많고, 기록뿐만 아니라 현장 답사를 통해 책을 썼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저자가 직접 본 것을 묘사하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실제 그 민족들을 본 것처럼 장면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 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의식과 전쟁 - 박대재 고대 국가는 어떻게 형성되어 어떤 모습으로 유지됐을까? 고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이다. 당시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그 기록들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록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여러 정황을 근거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고대 국가의 형태를 도시 국가, 분권 국가, 중앙 집권 국가의 3가지로 분류하는데, 그중 분권 국가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분권 국가는 왕은 중심지만 직접 지배하고 지방 영토는 왕과 혈연 동맹관계인 사람들에게 분봉하는 분권 국가 형태를 말한다. 여기서 혈연 동맹이란 지배자의 혈족뿐 아니라 결혼을 통해 맺어진 친족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복 전쟁뿐 아니라 외교와 교섭을 통해 영토 확장을 하기도 한다. 이때 지방의 지배자들은 각 지역에서 왕 못지않은 자치권을 누리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지방 귀족들이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국가 내에 질서를 유지하고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식과 전쟁이 분권 국가를 유지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고 있다. 의식과 전쟁 의 저자는 분권 국가라는 개념을 이용해 4세기 고구려와 백제가, 6세기 신라가 중앙집권화됐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 당시는 중앙집권화가 진행 중인 분권 국가의 형태였고, 고구려는 결국 중앙 집권 국가를 완성하지 못했고, 백제는 멸망 직전에서야 중앙 집권화가 완료했으며 신라도 7~8세기에 이르러서야 완성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지방까지 일원적인 지배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주요 지역에만 관리자를 보내는 거점 지배 방식을 유지했다는 것을 든다. 따라서 4세기 고구려나 백제는 중앙집권화가 진행 중인 분권 국가라는 것이다. 재밌는 주장이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분권 국가의 지방 통치자들은 왕의 혈연 동맹자이고 그 하위 지역의 행정을 책임졌던 것에 반해, 고구려나 백제는 거점에 파견된 관리도 중앙의 관리이고 그 하위 성, 촌의 수장에도 중앙에서 직접 관리를 파견했다. 통일신

[책] 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는 염세주의 철학을 공부할 때 샀던 책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의 철학에세이라고 해서 해설서 같은 것으로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쇼펜하우어 의 저서 Parerga und Paralipomena 의 일부분을 번역한 것이었다. 게다가 Parerga und Paralipomena 자체가 자신의 철학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썼던 저서의 보충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라서 입문 단계에서 볼 책은 아니었다. 특히 논리가 엄청 불친절한데 저자가 증명을 철학의 본질이 아닌, 연역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솔직히 이럴 거면 책을 왜 썼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책] 국화와 칼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은 미군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서양 세계가 겪어온 전쟁은 둘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전쟁은 같은 수준의 인권과 기술을 갖춘 문명국끼리의 전쟁이거나 기술적으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원주민을 상대로 한 학살이었다. 지금 보면 비인도적이라 금지되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 있었다. 서로 간에 전멸은 지양하고 승패가 확실해지면 항복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복한 포로들에 대한 대우가 제네바 협약에 추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명국을 자처하는 일본군의 자살 공격, 항복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 포로에 대한 멸시 등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1944년 6월 미국 정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 에게 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을 분석하라는 임무를 준다. 결국, 전쟁을 끝낸 것은 두 발의 폭탄과 소련군의 진격이었고, 이 책은 1946년이 돼서야 출시하게 된다. 대부분의 독자는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 가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베네딕트 는 미국에 사는 일본인 인터뷰와 문헌 정보를 기반으로 책을 썼다. 이 때문에 인터뷰어가 너무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에 없었던 예리한 분석을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됐다. 국화와 칼 이 보여준 베네딕트 의 지성은 과 번뜩임은 매우 놀랍다. 하지만이 책이 오래전 쓰였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30년 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일본 연호로 생각해도 이미 2세대가 지났다. 이 책을 기준으로 현대의 일본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선입견만 만들고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일본인의 행동 패턴과 기저에 깔린 사상을 알려고 할 때 보다는 베네딕트 가 문제를 풀기 위해 접근한 방법과 인간의 행동 기저를 분석하기 위해 문화와 생활을 분석하려는 노력에 집중해

[책] 독약의 세계사

불쏘시개 - 시부사와 다씌코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살 생각이 아니라  독과 약의 세계사 라는 책을 살 생각이었는데, 책 이름을 헷갈려서 잘못 주문했다. 독에 관련된 야사들을 모아둔 건데, 역사서라기보다는 소설책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분야를 역사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무야 미안해"를 말해야 할 수준. 근데 이건 저자 잘못이 아니고 한국에 출판한 한국 출판사 잘못이다. 원제는 독약의 수첩(毒藥の手帖) 으로 소설가인 시부사와 다쓰히코 가 추리소설 잡지에 기고한 글을 엮은 책이고, 아마존이 분류하는 원서의 분류가 문학/평론인 것을 봐도 아무도 이 책을 역사서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걸 굳이 제목을 바꿔가며 번역해온 출판사의 의도를 모르겠다. 나처럼 실수하는 사람을 낚으려고 그러는 건가?

[만화] 사가판 조류도감 & 어류도감

사가판 조류도감 사가판 어류도감 일본의 유명 괴기 만화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이다. 모로호시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면 예상할 수 있겠지만, 사실 표지만 봐도 알지만, 실제 존재하는 조류나 어류 도감이 아닌 상상 속 동물을 그린 기괴 만화다. 상상 속의 동물이긴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을 관찰하여 그렸기 때문에 괴이할지언정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러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몇몇 에피소드는 연결되지만, 별개의 에피소드로 봐도 될 정도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스토리를 보기보다는 모로호시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보는 게 더 재밌다. 하지만 추천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다른 모로호시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이, 호불호가 갈릴 것이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모로호시의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재밌게 볼 것이고, 취향이 안 맞으면 심각하게 재미없는 만화일 것이다.

[책]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우리나라에 출시된 책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화지만, 굳이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에 소개한 것은 전적으로 토머스 불핀치 의 공이다. 그는 당시에 민간에 퍼져있던 신화들을 하나로 모아 책으로 발간했는데, 이게 현대에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전처럼 사용된다. 토머스는 단순히 신화를 모았을 뿐 아니라 당시에 시로 전해지던 신화를 전부 산문으로 번역하여 재구성했다. 이것 덕분에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널리 읽혀서 현재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면 토머스 불핀치의 책에 있는 내용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실제 내용과 상관없이 다들 불핀치를 원저자에 넣을 정도다. 다만 19세기 쓰인 책이며, 저자인 불핀치가 신화 연구가라기보다는 작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화학자들이 보는 것과 중요시하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신화학자들은 보통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핵심 사건으로 트로이 전쟁을 뽑는다. 실제로 호메로스 일리아스가 쓰인 이후 일리아스의 인물과 사건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나머지 그리스 신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불핀치의 저서에서는 일리아스가 단순히 지나가는 한 사건 정도로 묘사되어 한 꼭지를 담당할 뿐이다. 또한, 보통의 신화학자라면 각 인물과 사건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에 집중하여 묘사했겠지만, 불핀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다. 덕분에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보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어떤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점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한 것이 불핀치 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불핀치의 지식이 그리스 신화 이외에는 크게 깊지 않다는 것이다. 19세기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북유럽

[책] 힘있는 글쓰기

2017년인가 2018년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참 열심히 글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봤자 일주일에 한 개를 못 썼지만. 힘있는 글쓰기 도 그 당시 읽은 책 중 하나다. 나는 글 쓰는 속도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글 쓰는 속도를 올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저자의 요점은 잘 쓰는 것이 아닌 많이 쓰는 것을 목적으로 최대한 많은 문장을 뱉어내고, 첨삭을 통해 글을 완성하라는 것이다. 정말 재능있는 작가가 아니면 좋은 문장으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 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좋은 문장으로 글을 완성하려고 하면 글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많이 쓰고, 안 좋은 문장들을 다 쳐내서 나쁜 문장을 지우는 방식으로 글을 완성하라고 충고한다. 세상에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전업으로 글을 쓰거나, 취미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도 모두 언젠가는 글을 쓴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에 뻘글을 쓰는 것도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책]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 는 지난번에 리뷰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와 함께 가장 유명한 경제학 교양서적 중 하나다. 원제는 The Undercover Economist 인데 이름 그대로 이 책은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을 자신이 경제학자라는 것을 숨긴 것처럼 일상의 용어와 예시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어려운 용어나 수식 없이 개념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읽기 쉽다. 하지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가 경제학사에 가깝다면 이 책은 하나하나의 토픽에 더 집중한 괴짜 경제학 에 가깝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을 경제학 콘서트 라고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콘서트와 아무 상관 없다. 책 이름을 *** 콘서트라고 쓴 책은 많다. 어쩌면 일종의 유행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 콘서트보다 먼저 출판된 책 중에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와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 콘서트 뿐이다. 둘 다 2003년 출시됐고, 경제학 콘서트가 2006년 출시된 이후 다른 책들이 제목에 콘서트를 쓰기 시작했으니 오히려 유행을 만든 편에 속한다. 당시 유행했던 개그 콘서트 때문인가? 어찌 됐든 이 책은 어떻게 봐도 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적절한 구성은 아니다.

[만화] FABLES

FABLES 는 DC 코믹스 산하 Vertigo Comics에서 출판한 그래픽 노블로 텔테일 게임인  The Wolf Among Us 의 원작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The Wolf Among Us가 Fables의 프리퀄이다. 작품은 동화 나라가 마왕에게 침공당하면서, 많은 캐릭터가 현실 세계로 도망쳐 온 지 수백 년이 지난 현대에서 시작한다. 모든 걸 잃고 도망쳤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인간의 모습이 아닌 캐릭터들은 동화 세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뉴욕 북부의 농장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 동화 속 캐릭터들은 딱히 정해진 수명은 없지만 살해당하면 죽는다. 다만, 유명한 동화 속 캐릭터는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마법적인 힘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힘은 죽은 인물을 대신하여 같은 특성을 가지는 다른 인물이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샌드맨 의 영원 일족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1권은 크게 2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The Wolf Among Us 의 주인공이기도 한 빅비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동화인들이 살고 있는 동화망명시의 부시장인 백설이 북부 농장의 반란을 진압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1권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소개하는 느낌이라 그리 재밌지는 않다. 사실 이 작품은 전에 원서로 읽으려고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의 재미는 대부분 동화 속 캐릭터를 이리저리 꼬고 엮어서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 데서 나온다. 근데 주요 인물들은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동화 속 캐릭터들이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동화나 동요 속 캐릭터도 등장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번역서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역자가 꼼꼼히 주석을 달아주었기에 한결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책] 곰브리치 세계사

독일의 미술사학자인 에른스트 H. 곰브리치 가 어린아이도 읽을 수 있는 세계사 책을 목표로 집필한 책이다. 곰브리치의 대표작은 서양미술사 지만, 그의 첫 서적은 이 곰브리치 세계사 라서 곰브리치 의 저서를 소개할 때 언제나 함께 나온다.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가 재밌는데, 영어로 쓰인 아동용 역사책을 번역해 달라는 의뢰에 자신이 직접 쓰는 게 더 잘 쓸 수 있다고 하면서 6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역사 중 곰브리치가 선정한 39개의 토픽으로 구성돼 있으니 6주를 쉬지 않고 하루에 한 챕터 꼴로 집필한 것이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개정판을 쓰면서 추가한 회고를 포함하여 총 40개 챕터로 구성됐다. 아동용 역사책을 목표로 썼기 때문에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문장이 유치하지 않아 어른들이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책] 게르마니아

게르마니아 는 로마인이 로마 주변 민족에 관해 서술한 민족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안 좋은 이유에서 더 유명하다. 타키투스 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정신적으로 몰락해가는 로마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로마보다 문명은 떨어지지만, 순수성과 용기가 있는 게르만족을 묘사하여 로마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동시에 로마인이 게르만인에게 패배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도박이나 음주 등 게르만인의 안 좋은 모습을 묘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로마인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근거는 없다. 타키투스의 노력이 있음에도 로마의 타락은 계속됐고 결국 200년 뒤 몰락하기 시작했다. 책은 크게 2개로 나누어진다. 첫 파트에서는 게르마니아 지역의 지형과 기후, 게르만족 전체의 일반적인 특성들을 묘사하고, 두 번째 파트에서 부족별 특성과 역사를 기술한다. 재밌는 점은 정작  타키투스 가 게르만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끔  타키투스 가 게르만을 방문했다는 논문도 나오지만, 게르만에 방문하지 않고 책을 썼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저서를 베꼈다는 비평도 많이 받고 있고, 신빙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사실  타키투스 는 로마인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저술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성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 게르마니아 가 로마인에게 준 영향은 모르겠지만, 1900년이 지난 뒤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영향받고 말았다.  타키투스 가 묘사한 게르만인은 로마인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이상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근데 그걸 본 히틀러가 여기에 반해 게르만인의 순수성을 되찾자 같은 소리를 한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우생학적 사상의 원인이 게르마니아 라는 근거는 없다. 이 책이 없었더라도 나치는 우생학을 주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 정권이 게르마니아 를 언급했고 선전자료로 사용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게르마니아 를 위험한 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의도가 없

[책]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 이야기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 이야기 는 이름 그대로 작가가 아들의 12살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서 쓴 책이다. 당연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인 책답게 깊이는 얕지만, 문장이 가볍게 쓰여있어 부담 없이 쭉 읽을 수 있다.

[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내가 아는 경제학 교양서적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책이다. 후기를 보면, 두꺼워서 읽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 책은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다. 복잡한 내용은 빼고 가벼운 문체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독해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무거워서 편하게 누워서 읽지는 못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죽은 경제학자들은 국부론 의 애덤 스미스, 인구 이론의 맬서스, 자유무역론의 리카도,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 자본론 의 마르크스, 현대 경제학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앨프레드 마셜, 제도주의 경제학자 베블런과 갤브레이스, 일반이론 의 케인스, 통화주의자 프리드먼, 공공선택이론을 주장한 뷰캐넌이다. 이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현대 경제학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근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갤브레이스와 프리드먼은 2006년 뷰캐넌은 2013년에 사망했는데 이 책은 1989년에 출판했다. 혹시 원제는 다른가 싶어 찾아봤는데 원제도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다. 즉, 저자 토드 부크홀츠 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은 경제학자라고 부르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뭐 같이 올라간 다른 진짜 죽은 경제학자들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그들과 같은 급으로 분류해주는데, 죽은 경제학자라고 부른다고 뭐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지만. 초판 원서 살아있는 그들을 죽은 경제학자라고 칭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서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I DEA S와 DEA D의 DEA를 같은 폰트로 위아래에 배치하였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여버린 이유가 이 표지 디자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이 고전이 되어 뷰캐넌을 비롯한 남은 경제학자들이 죽은 뒤에도 읽힐 거라는 자신감에서 쓴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을 개정판을 보고 확신했다.

[책] 폴 데이비스의 타임머신

원제는 How to Build a Time Machine 으로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학 이론들을 수학 없이 소개한다. 수학 없이 개념적으로만 소개하기 때문에 너무 가볍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수학이 없기 때문에 과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교양으로 읽기 쉽다. 개인적으로 시간여행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사람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 영어는 3단어로

영어는 3단어로 라는 제목은 눈을 끌기 위한 약간의 과장이고, 복잡한 문장을 써서 틀리느니 주어 + 동사 + 목적어 의 3형식 문장을 만들어 쓰라는 것이 주제다. 제목에는 대화가 되는 초간단 영어법 이라고 돼 있지만 그보다는 회사에서 영어로 메일 쓸 때 유용하다. 대화하는데도 간단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대화는 보통 양방향이다. 내가 간단하게 말해도 상대방이 복잡하게 말할 수도 있어서, 결국 복잡한 표현도 다 외워야 한다. 대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작문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만화] 팝 팀 에픽

오카와 부쿠부,  팝 팀 에픽 내용보다 초월 번역이 쩐다고 유명했던 4컷 만화. 어떤지 궁금해서 사봤는데 딱히 재밌지는 않다. 일단 일본 서브컬쳐에 익숙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를 내용일 텐데, 알아본다고 해서 딱히 재밌지는 않다. 다 읽고 내가 그렇게 늙었는지 요즘 사람들 유머 감각이랑 그렇게 많이 달라졌는지 잠시 고민해봤을 정도다. 생각해보니 개그콘서트를 봤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다. 다들 재밌다고 난리인데 난 그게 왜 재밌는지 잘 이해가 안 됐다. 다만 온갖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짤방과 스티커를 건질 수 있다.

[책]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멜빈 브래그,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영향을 크게 준 12권의 책을 소개한다. 프린키피아 , 종의 기원 , 국부론 , 여성의 권리 옹호 등 이유를 듣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는 책들도 있지만 몇몇 책들은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킹 제임스 성경 ( KJV )을 12권 중 하나로 뽑았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도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KJV 는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널리 읽히는 성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어 성경을 구한다면, 아마 KJV 나 NIV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근데 성경이 아닌 KJV 가 세계를 바꿨다고 할 수 있는가는 모르겠다. 저자는 KJV 의 유수한 영어 표현이 후에 쓰이는 글들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하지만, 그건 영어에 영향을 준거지 세상을 바꿨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아크라이트의 방적기 특허 신청서는 전혀 납득이 안 된다. 아크라이트가 사용한 수력 방적기는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증기기관과 함께 그 시대를 바꾼 물건이다. 하지만 아크라이트가 신청한 특허 신청서가 세상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일단 그 당시 발명된 수력 방적기는 아크라이트의 것이 유일한 것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크라이트였을 수는 있지만, 그의 특허는 결국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소송에 패소해 특허 취소가 되기까지 한다. 거기에 축구협회 규정집 과 셰익스피어 작품집 ?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고, 셰익스피어는 세상에 둘도 없을 훌륭한 극작가라는 것은 동의한다. 근데 세상에 영향을 준 책 12권을 뽑는데, 이름을 올릴 정도인가? 사실 그 이유는 저자 멜빈 브래그 가 영국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영국에서 나온 12권의 책들만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사실 영국인이 지은 책으로 한정한 것이 그의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그가 알고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서 그런 건 아닌지 의심된다. 예상치

[책] 서양 무기의 역사

이내주, 서양 무기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전까지 무기와 전쟁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소책자고 많은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근대전 이후의 내용은 기대보다 알차다. 문제는 고대와 중세의 내용이 개판이다. 고대 그리스군이 쓰는 장창의 무게가 23kg이라고 하지 않나(어딘가에서 2.3kg이라고 쓰여 있는 걸 잘못 베낀 것 같다. 상식적으로 23kg 무게의 창을 들고 다니면, 적을 만나기 전에 지쳐 쓰러진다.), 로마군이 그리스군을 무찌른 이유가 근거리 백병전으로 끌고 가서라고 하지 않나. 중세에 관해서는 많은 내용을 생략했고, 사실 기왕 이럴 거면 아예 건너뛰는 게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틀린 내용이 많이 있다. 이렇게 불균형하게 된 이유는 저자 약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저자 전공이 제1차 세계대전이다. 이렇게 될 거면 차라리 지난번에 리뷰한 구두 처럼 근대 이전은 전부 스킵하고 전공 분야에 대해서 더 상세히 적는 게 어땠을까 싶다.

[책]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 원제는 Shoes: A Brief History 인데, 사실 중세 이후 유럽, 그것도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신발의 역사만을 서술했다. 한정된 지역의 신발만을 추적한다는 것을 알고 보면 나쁘지 않다. 2~3페이지에 한 장 정도로 삽화와 사진이 많다. 덕분에 묘사만으로 추측하기 힘든 구체적인 모습까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