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감각은 어디까지 느껴질까
오늘 매우 특이한 꿈을 꿨다. 내용 자체는 별로 특이할 것 없는 꿈인데, 꿈속에서 느껴졌던 감각들이 너무 생생했다. 숲길을 걷고 있는데, 풀이 발목을 스치는 느낌. 나뭇잎이 팔을 스치는 느낌. 심지어 날벌레가 얼굴을 치고 지나가는 느낌까지 너무 생생했다. 날벌레들의 느낌은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생생했다. 흔히들 꿈속에서 꼬집어도 아프지 않다고 하는데 일단 이건 거짓말이다. 얼마 전 꾸었던 백일몽에서 꿈인가 의심되어 꼬집었더니 아프길래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팔이 잘려나가는 꿈에서 팔이 잘리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현재 내 가설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감각만 꿈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감각을 느꼈다는 것도 부정확할 것이다. 꿈을 꾸는 시점에서 정말로 내가 감각을 느꼈을까? 꿈을 꾸고 있는 순간에는 감각을 느꼈다는 인식만 있는 것이 아닐까? 그도 그럴게 꿈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꿈에서 깬 순간에 남은 것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뿐이다. 어떤 감각을 느꼈다는 꿈속에서의 기억과 전에 비슷한 감각을 느꼈던 기억이 합쳐져서 그런 감각이 있는 꿈을 꿨다는 기억으로 변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