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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이과 드립 만화  xkcd 운영자로 유명한 랜들 먼로가 쓴 아동용(?) 과학책이다. 원서 Thing Explainer 는 전문용어 없이 40여 개의 주제를 1,000개의 쉬운 단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역하면서 사용된 단어는 1,500개로 늘었지만, 일상용어로 설명해준다. 전문 용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단점도 있다. 친절한 과학 그림책 으로 얻은 지식은 확장하기 힘들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면 무엇을 알아봐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석유를 석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타는 물"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문맥상 나올 단어가 석유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해당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올바른 방법은 주변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내용을 해석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보다 선물해주기 좋은 책은 없다. 하지만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면 잠시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결국 풀어서 해석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 될 테니 말이다.

[책] 일본인과 에로스

일본인과 에로스 - 서현섭 2004년 나온 개정판이 아닌 1995년 판인 것을 보면 비행기 이야기 와 마찬가지로 헌책방에서 산 책인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시기상으로는 2010년 즈음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 읽었던 것과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쓰인 1995년 읽은 독자들의 감상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10년 느낀 감상과는 꽤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5년이면 아직 대중문화 개방을 하기 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나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런 시기였기 때문인지 일본 외교관 출신인 서현섭 작가의 책은 새로운 지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기준에서였고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지식이 돼버렸다. 3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책]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호킹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중 하나인 스티븐 호킹 의 대표적인 대중 서적으로, 현대 과학이 보는 우주에 대해 아무런 수식 없이 글만으로 설명한 책이다. 우주에 관한 책이지만 제목이 시간의 역사인 이유는 현대 과학에서 시간과 공간이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spacetime 으로 모델링 되기 때문이다. 즉, 시간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이고, 나아가서 과학이 우주를 보는 세계관의 역사이다. 제목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지만 책을 이해하는데 그림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88년 출간한 A Brief History of Time 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증보판을 내면서 그림을 추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림 없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책이다. 대중 서적으로 분류되지만 어려운 주제를 다룬 만큼 읽기 쉽지 않다. 처음 완독할 때까지 몇 번이나 다시 읽었고, 이미 몇 번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 언제나 새롭다. 오죽하면 책을 구매한 사람과 실제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계산한 지표에 호킹 인덱스 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이 책 때문이었을 정도다.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물리와 우주에 관해서 이보다 좋은 책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새로 책을 사는 사람이 이 책을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1988년에 쓰인 책이라 최신 내용은 담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과 관련한 최신 내용을 반영해 2005년에 재출간했다. 그리고 새 책은 우리나라에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름이 이름이다 보니 새 버전을 요약본이라 생각해 "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를 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새로 살 사람들은 더 최신 내용이 반영된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책]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 그레고리 하틀리 , 메리앤 커린치 미 육군에서 심문관으로 근무했던 그레고리 하틀리 가 지은 바디 랭기지를 읽는 노하우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을 읽으려면 편견 없이 관찰하지만 관찰한 결과를 그 사람의 문화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즉, 사람의 생각을 책처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책은 쉬운 그림 동화가 아니라 사전 지식이 필요한 외국어로 쓰인 전문 서적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한국의 생활이 서구적으로 됐다고 해도 한국인이 미국인이 아닌 이상 둘의 문화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디 랭기지는 행위자의 사고방식이 어떤 문화에 기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하지만, 어찌 됐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 문화를 기반으로 서술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온 서술 중에서 어떤 행동이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큰 그림을 제외하면 세세한 기술들은 한국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유익한가와 별개로 책 자체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나는 이 건 전적으로 메리앤 커린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30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그중 대부분이 공동 저자다. 그리고 그 책들에 그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책의 내용을 보면 그녀가 없이 공동 저자가 혼자 책을 썼다고 해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의 경우에도 미 정보국 출신 그레고리 하틀리 의 경험과 지식으로 책을 구성하기 때문에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린 메리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author와 writer가 구분된 것이다. author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책을 쓰지만,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어디까지

[책] 스몰토크 - 대화가 쉬워지는 말의 공식

스몰토크 - 임철웅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스몰토크라는 것이 유행이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려고 스몰토크라고 쓰지만, 영어로는 그냥 small talk이다. 즉, 스몰토크는 본질적으로 그냥 잡담이다. 이걸 굳이 연습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같은 잡담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남녀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잡담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잡담을 잘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잘 기억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토픽을 잘 캐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지 이유는 아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타인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이걸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고 행동만 공식처럼 외워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언젠가 본성을 눈치챈다.  영업직이나 사업하는 사람처럼 성향에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과 잡담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연습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라면 스몰토크를 연습할 시간에 Smalltalk 으로 프로그래밍이나 할 것이다.

[책]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역사 속 다양한 음식들을 칠죄종 에 따라 장을 구분하였다. 금기라는 테마를 칠죄종과 엮는 것은 가톨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시도였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어떻게든 커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옷에 몸을 맞춘듯한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음식과 연관시키기 좋은 폭식 같은 주제는 별문제 없다. 색욕 , 나태 , 탐욕 의 경우에도 왜 여기서 다뤄야 하는지 의아한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노 나 오만  같은 챕터는 아무리 관대한 마음을 가져도 넘어가기 힘들다. 작가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모호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더 나아가서 질투에 해당하는 음식은 찾을 수 없었는지 은근슬쩍 챕터명을 불경(blasphemy)이라고 바꿔놓았다. 게다가 작가의 역사 지식이 음식 지식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가 서술하는 많은 얘기가 역사와 민담이 섞여 있다. 저자는 자신도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료로 증명할 수 있는 역사인지 일개 민담이나 야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최소한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제나 역사보다 민담이 재밌다.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둘을 구분 없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사료에 기반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과 다를 바 없다.

[책] 도쿄 기담집

도쿄 기담집 - 무라카미 하루키 귀신 이야기의 기담이 아닌 " 아, 그런 일도 있었나요? 참 신기하네요 "라는 느낌의 기담이다. " 우연한 여행자 ", " 하나레이 만 ", "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 " 시나가와 원숭이 "의 총 5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저 이야기 5개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이 소설들은 기담이다.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기담이니까. 현실적이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도쿄 기담집의 소설들은 현실적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분명한데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온다.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첫 소설인 " 우연한 여행자 "는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놀라운 일을 겪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자신의 직업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그리고 작가의 지인이 겪었다는 평범하지 않지만 있을법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하루키가 소설가인 이상 모든 것은 소설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소설에서 독자를 기이한 세계로 떠민다. 절벽에서 죽일듯한 기세로 순식간에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출근길에 인파에 밀려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밀어낸다.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에 도착할 때쯤이면 너무 밀려났나 싶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돌이 어떻게 움직이나.  도쿄 기담집 에 담긴 단편 중 가장 비현실적인 제목이다. 사실 도쿄 기담집 에 실린 그 어떤 소설보다도 현실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있을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만난 " 시나가와 원숭이 "는 괴이의 세계로 가는 롤러코스터다.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이야기는 원숭이와 함께 현실에서 괴이의 세계로 수직 낙하한다. 이 소설이 재밌는 것은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필력이 없으

[책]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학부에서 배우는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운영체제 수업은 대부분 리눅스에서 실습한다.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리눅스 커널 소스는 볼 수 있지만, 윈도우 커널 소스를 볼 방법은 없기 때문에 운영체제에 관한 지식은 리눅스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영체제 수업을 듣고 윈도우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구매했던 책이다. 문제는 이 책이 "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라는 것이다. API를 통해 배우는 책이기 때문에 이걸 읽어도 내부 구현의 차이는 알 수 없다. 책 내용이 안 좋은 건 아닌데, 운영체제 수업을 이미 들었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Operating System Concepts 를 읽었으면 이 책은 굳이 읽을 필요 없다. 역시 아무리 찾아봐도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 가능하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공룡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 알기 쉽고 재미있는 비행기 이야기

비행기 이야기 - 임달연 저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대충 18살부터 21살 즈음일 것이다. 그 몇 년 읽은 책이 나머지 30여 년 동안 읽은 책 수보다 많을 만큼 책 읽는데 열심이었다. 당시에는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YES24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알바비의 대부분을 책에 써도 모자랄 정도로 책을 많이 샀고, 더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는 헌책방도 많이 이용했다. 이 시절 헌책방에서 샀던 책들은 대부분 이사하면서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아직 한 권이 남아있었다. 1991년 출판된 이 책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책이지만 구성은 나쁘지 않다. 비행기의 원리와 역사에 관해 설명하는데,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단순하지만 그래도 설명에 부족한 부분은 없다. 이 책 하나 덕분에 그래도 비행기에 관해서는 이해 못 하는 경우는 없었다.

[책] 신들의 사랑법

신들의 사랑법 - 이동현 저 첫 번째 장에서는 제우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다윗과 솔로몬의 여자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장에 이어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과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섞은 세 번째 장으로 마무리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언뜻 보기에 이 두 소재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근대 이전 유럽 철학은 그리스 신화에서 발달한 헬레니즘과 기독교 철학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둘의 엮음은 자연스럽다. 이 둘은 유럽 철학의 근본이기 때문에 미술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됐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도 많은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다. 유명한 그림부터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그림까지 그리스 신화와 성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예술학과 출신이라 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두 소재가 잘 섞였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상관없는 다른 책을 짜깁기하듯이 두 파트가 서로 다른 얘기를 진행해간다.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사랑법 이라는 제목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루는 첫 번째 장의 제목이고, 그 뒤 두 개의 장은 신들의 사랑법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 지리의 힘

지리의 힘 - 팀 마샬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샬 의 저서 Prisoners of Geography의 번역서로 지정학 으로 세계정세를 풀어 본 책이다. 트럼프 가 미국 대통령 당선됐을 당시 다른 나라에서 보는 세계정세는 어떨지 궁금해서 샀는데, 어쩌다 보니 책장에 고이 모셔 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 있었다. 국제 정치에 관한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만간에 최신 정세를 반영한 책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번역이었다. 단순히 문장이 깔끔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오역이 많이 보였다. 앞 문장과 모순되는 문장이 있는 경우도 있고, 내가 알던 지식과 다른 내용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알았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진짜로 번역의 문제였다. 심지어 내가 눈치챈 것보다 많은 오역이 있었다. 번역은 둘째치고 책의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개념 설명 없이 국제 정세를 이야기하듯이 풀어서 설명한다. 덕분에 지리와 역사에 대한 간단한 사전지식만 있으면, 지정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관심사를 북극으로 돌려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미래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마무리도 훌륭했다. 하지만 번역 때문에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책] 냉전

냉전 - 이근욱 냉전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소련의 멸망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가 극도로 긴장 된 시기를 말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첩보전, 군비 확장, 우주 개발 경쟁, 제3국을 통한 대리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견제하였다. 과도한 핵 경쟁으로 지구 멸망 직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두 국가 사이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기 때문에 냉전이라고 불린다. 냉전의 종식은 소련의 해체로 끝났다. 냉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냉전을 막연하게 Capitalist Bloc과 Communist Bloc의 이념전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관점으로는 20세기 미국과 소련, 중국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니키타 흐루쇼프 의 탈스탈린 운동을 기점으로 스탈린 주의를 고수하던 중국은 소련을 크게 비난한다. 1969년 소련과 중국이 전쟁 직전까지 갈 만큼 사이가 험악해지자 미국은 중국과 손을 잡는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이후인 1979년 수교를 맺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중소 국경 분쟁 이후다. 냉전이 이념 전쟁이었다면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은 양극 체제를 이루던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손을 잡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냉전이라는 단어가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패권 다툼은 전부 냉전이지 않을까? 냉전 시기에도 전 세계에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직접적인 전쟁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이유는 양 국가가 서로를 언제든지 전멸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이미 패권국인 미국은 국가 하나를 지도에서 지우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지녔다. 이건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할 도전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의 경쟁은 직접적인 무력충돌보다 군사기술 발전이나

[책] 평화적 세력전이의 국제정치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어떤 미래로 갈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관계를 통해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결론은 영-미 세력전이 같은 평화적 세력전이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애초에 영국-미국 세력전이가 평화로웠던 것은 두 나라 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피로도가 쌓였던 게 크다. 두 나라 사이가 평화로웠을 뿐 두 나라가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책] 구멍 뚫린 두개골의 비밀 - 알고 나면 재미있는 뇌 이야기

구멍 뚫린 두개골의 비밀 - 최석민 뇌 과학에 관해 서술한 책으로, 총 세 챕터로 구성돼 있다. 첫 챕터에서 뇌 질환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 그 뒤 챕터에서 기능과 구조를 설명한다. 의사가 썼기 때문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질병이 생기는지에 집중해서 설명하였다. 일단 어렵지 않게 썼기 때문에 막힘 없이 술술 읽힌다.

[책] 레인보우 클래식

레인보우 클래식 - 이장직 독일 음식 전문점이라고 해서 슈바이학센 을 시켰는데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김치가 나온 그런 느낌. 나쁘지는 않다.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책이 두꺼워 읽기 망설여질 수 있지만, 저자가 원하는 대로 입문용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일곱 주제도 연관 없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좋다. 보통 관심 없는 3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을 때는 중간에 지겨워서 한 번 끊어 읽는데 이 책은 그런 것 없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구성이다. 5번째 챕터까지는 괜찮은데 갑자기 6번째 챕터에서 국악을 설명한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썼는데 왜 갑자기.... 클래식 음악은 고전주의 음악. 조금 더 정확히는 바로크 와 낭만주의 음악 사이의 음악으로 바흐 , 헨델 , 하이든, 베토벤 등으로 대표되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음악을 의미한다. 이런 책에서 갑자기 국악을 설명하는 것은 종묘제례악 을 설명하는 책에서 모차르트 가 나오는 것만큼 황당한 구성이다. 사실 이럴 가능성은 첫 장부터 예측 가능했다. 첫 장의 제목이 해날 이다. 그리고 그다음 장부터의 제목은 다날 , 부날 , 무날 , 남날 , 쇠날 , 흙날 이다. 지난번 에 설명했듯이 번역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끼어맞추기다.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은 꼭 우리나라랑 관련 없는 일에 우리나라를 끼워 넣으려고 한다. 번역에 대해 말 나온 김에 계속하면, 마지막 장의 이름을 동시대의 음악 이라고 썼다. Contemporary music 을 흔히 사용되는 현대 음악 대신에 동시대의 음악 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contemporary라는 단어가 현대 와 동시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대 분류를 위해 번역할 때는 현대 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동시대 라고 한다면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므로 현대

[책]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솔직히 2권을 볼 거라면 1권은 볼 필요가 없다. 1권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권을 읽는 순간 1권을 샀다는 사실을 후회하게 된다. 애초에 이건 두 권으로 낼 이유가 없는 책이다. 중국 이야기 는 2013년 출간됐다. 하지만 1권은 실질적으로는 2003년 이전에 쓰인 책이라고 봐야 한다. 2003년에 저자는 이미 떠오르는 용 중국 이라는 책을 출판한 적이 있다. 이 책에 후진타오 시절을 살짝 추가해서 재출간한 것이 1권이다. 추가된 자료들을 보면 늦어도 2010년경에는 원고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후진타오의 중국까지밖에 모른다. 2권에는 2012년 말 있었던 제18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2권은 그 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2권이 1권 이후의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2권의 대부분은 1권에서 했던 얘기의 반복이다. 즉, 1권을 기반으로 지울 내용은 지우고 추가할 것을 추가해 만든 것이 2권이다. 1권을 초고로 보고 2권을 완성본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내용이 많이 겹친다. 차라리 1권을  떠오르는 용 중국 의 개정판으로 내고 2권은 별도의 책으로 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권으로 나뉘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불만이지 내용 자체는 좋다. 애초에 역대 최장기 중국 대사가 쓴 책이다. 현대 중국에 대해서 저자보다 잘 아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이전, 즉 구 중국 시절에 관한 서술은 별로다. 전체적으로 현재 존재하지 않는 중국, 구체적으로는 문화대혁명 이전의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문화대혁명 이후 몰락한 중국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 장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요순시대를 생각하며 '그때는 좋았는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책] 괴짜 경제학

괴짜경제학 은 일반 통념에 어긋나는 현상들을 경제학적 지식으로 설명하였다. 이 주제들이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다루던 분야들이 아니므로 괴자(freak)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일상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는 경제학 콘서트 와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은 크게 차이가 있는데 경제학 콘서트 는 경제학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일상생활을 예시로 든 것이라면, 괴짜 경제학 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현상을 경제학으로 설명했다. 다만 설명하는 수단이 경제학일 뿐 경제학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라서 경제학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 있을 내용은 아니다. 경제학보다 사회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책] 지도로 보는 세계

지도로 보는 세계 - 파스칼 보니파스 여러 테마로 지도를 보여주고 그에 관한 설명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근데 2010년에 쓰인 책치고는 자료나 해석이 너무 구식이다. 게다가 마지막 장인 "각국 관점에서 본 세상"을 유럽인의 관점을 뛰어넘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노력은 가상하지만 읽다 보면 저자가 유럽인이라는 것이 보인다. 굳이 마음에 드는 점을 뽑으라면 지도를 그릴 때 주제에 맞게 다양한 도법을 사용한다는 정도?

[책]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짝퉁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원제는 Flatland: A Romance of Many Dimensions 로, 앨리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Flatland 의 수학자인 사각형(Square) 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Lineland 에 발을 들였던 것을 계기로 Spaceland 의 주민인 구(Sphere) 의 도움을 받아 Spaceland 라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지식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세상에 돌아와서 이 지식을 널리 퍼트리려 하지만, 2차원인 Flatland 에서 3차원인 Spaceland 를 묘사할 수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게 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되며 소설은 끝난다. 2차원 세계인 Flatland에 대한 설정뿐 아니라 2차원의 주민이 3차원을 보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 1차원의 주민과 다른 2차원의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과정의 묘사가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SF소설로서도 유명해 다른 SF소설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여러 차례 영상화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폐쇄적인 지식인 사회와 엄격한 계급 사회를 비판하는 풍자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에서 묘사되는 Flatland 를 당시의 영국 사회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 Flatland를 사회 풍자 소설로 볼 때 우리는 구 와 사각형 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사각형 입장에서 구 는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는 스승이자 선구자다. 하지만 그도 그저 자신이 본 것을 알 뿐이다.  Spaceland 의 주민이라면 한낱 소매치기라도 Flatland 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뿐 그가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각형 이 3차원 이상의 세계를 유추해냈을 때  구 는 그의 생각을 허황된 생각이라고 무시한다. 사각형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지성은 구보다 날카롭

[책]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20세기까지 대표적인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책 한 권을 가지고 각 사상을 자세히 알기 바라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철학사에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쓴 책은 이 사상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다른 책을 읽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을 보면 고등학교나 중학교 때쯤 샀던 것 같은데 정확히 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수행평가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 확실치는 않다. 산 이유야 어찌 됐든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거의 20년 가까이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