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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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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이과 드립 만화  xkcd 운영자로 유명한 랜들 먼로가 쓴 아동용(?) 과학책이다. 원서 Thing Explainer 는 전문용어 없이 40여 개의 주제를 1,000개의 쉬운 단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역하면서 사용된 단어는 1,500개로 늘었지만, 일상용어로 설명해준다. 전문 용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단점도 있다. 친절한 과학 그림책 으로 얻은 지식은 확장하기 힘들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면 무엇을 알아봐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석유를 석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타는 물"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문맥상 나올 단어가 석유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해당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올바른 방법은 주변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내용을 해석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보다 선물해주기 좋은 책은 없다. 하지만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면 잠시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결국 풀어서 해석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 될 테니 말이다.

[책] 일본인과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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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에로스 - 서현섭 2004년 나온 개정판이 아닌 1995년 판인 것을 보면 비행기 이야기 와 마찬가지로 헌책방에서 산 책인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시기상으로는 2010년 즈음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 읽었던 것과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쓰인 1995년 읽은 독자들의 감상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10년 느낀 감상과는 꽤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5년이면 아직 대중문화 개방을 하기 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나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런 시기였기 때문인지 일본 외교관 출신인 서현섭 작가의 책은 새로운 지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기준에서였고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지식이 돼버렸다. 3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책]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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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호킹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중 하나인 스티븐 호킹 의 대표적인 대중 서적으로, 현대 과학이 보는 우주에 대해 아무런 수식 없이 글만으로 설명한 책이다. 우주에 관한 책이지만 제목이 시간의 역사인 이유는 현대 과학에서 시간과 공간이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spacetime 으로 모델링 되기 때문이다. 즉, 시간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이고, 나아가서 과학이 우주를 보는 세계관의 역사이다. 제목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지만 책을 이해하는데 그림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88년 출간한 A Brief History of Time 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증보판을 내면서 그림을 추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림 없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책이다. 대중 서적으로 분류되지만 어려운 주제를 다룬 만큼 읽기 쉽지 않다. 처음 완독할 때까지 몇 번이나 다시 읽었고, 이미 몇 번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 언제나 새롭다. 오죽하면 책을 구매한 사람과 실제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계산한 지표에 호킹 인덱스 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이 책 때문이었을 정도다.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물리와 우주에 관해서 이보다 좋은 책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새로 책을 사는 사람이 이 책을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1988년에 쓰인 책이라 최신 내용은 담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과 관련한 최신 내용을 반영해 2005년에 재출간했다. 그리고 새 책은 우리나라에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름이 이름이다 보니 새 버전을 요약본이라 생각해 "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를 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새로 살 사람들은 더 최신 내용이 반영된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책]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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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 그레고리 하틀리 , 메리앤 커린치 미 육군에서 심문관으로 근무했던 그레고리 하틀리 가 지은 바디 랭기지를 읽는 노하우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을 읽으려면 편견 없이 관찰하지만 관찰한 결과를 그 사람의 문화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즉, 사람의 생각을 책처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책은 쉬운 그림 동화가 아니라 사전 지식이 필요한 외국어로 쓰인 전문 서적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한국의 생활이 서구적으로 됐다고 해도 한국인이 미국인이 아닌 이상 둘의 문화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디 랭기지는 행위자의 사고방식이 어떤 문화에 기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하지만, 어찌 됐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 문화를 기반으로 서술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온 서술 중에서 어떤 행동이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큰 그림을 제외하면 세세한 기술들은 한국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유익한가와 별개로 책 자체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나는 이 건 전적으로 메리앤 커린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30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그중 대부분이 공동 저자다. 그리고 그 책들에 그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책의 내용을 보면 그녀가 없이 공동 저자가 혼자 책을 썼다고 해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의 경우에도 미 정보국 출신 그레고리 하틀리 의 경험과 지식으로 책을 구성하기 때문에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린 메리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author와 writer가 구분된 것이다. author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책을 쓰지만,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어디까지

구독하던 블로그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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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오랜만에 구독하던 블로그들을 정리했다. 2013년 구글리더 가 죽고 Feedly 로 옮겨간 뒤 처음 하는 작업이니 8년 만에 처음 하는 일이다. RSS로 블로그를 본 지 10년이 넘었다 보니 오래된 블로그들도 많이 있었고, 당연히 이제는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링크 자체가 연결이 안 되는 블로그도 많이 있었다. 블로그 주소를 바꾼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서비스로 이전했을 거고, 아마 절필한 사람도 있을 거다. 이유야 어찌 됐든 처음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 신세 졌던 많은 사람의 글을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없는 피드들을 정리하다 보니 재밌는 현상이 보였다. 블로그 자체는 최신 글이 올라오는데 RSS 피드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런 블로그를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괜찮은 글을 쓰길래 구독하려고 했는데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구독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다. 새 글을 쓰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 알려주고 별도의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식이었다. 당장 내 블로그도  Trackback 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답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블로그도 꽤 봤었다. 하지만 블로그는 당연히 피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블로그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럴거면 그냥 미디엄 이나 텀블러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 되지 왜 블로그를 하는 걸까? 어쨌든 이런 블로그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피드를 제공했던 블로그들조차 피드를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되느냐와 상관없이 그냥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거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 스몰토크 - 대화가 쉬워지는 말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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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 - 임철웅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스몰토크라는 것이 유행이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려고 스몰토크라고 쓰지만, 영어로는 그냥 small talk이다. 즉, 스몰토크는 본질적으로 그냥 잡담이다. 이걸 굳이 연습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같은 잡담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남녀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잡담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잡담을 잘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잘 기억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토픽을 잘 캐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지 이유는 아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타인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이걸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고 행동만 공식처럼 외워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언젠가 본성을 눈치챈다.  영업직이나 사업하는 사람처럼 성향에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과 잡담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연습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라면 스몰토크를 연습할 시간에 Smalltalk 으로 프로그래밍이나 할 것이다.

[게임] Avaris 2: The Return of the Em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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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vs 18,000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매했는데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Avaris 2 의 주인공은 사막에 있는 Avaris 왕국의 여왕이다. 근데 이름만 여왕이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쿠데타가 일어나 왕국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여왕다운 일을 하는 것은 볼 일이 없다. 쫓겨난 여왕은 이웃 나라인 Orsas 왕국과 손을 잡아 군사를 지원받는다. Orsas 왕국의 지원군과 여왕 근위대를 이용해 반란을 일으킨 장군을 처단하고 왕국을 되찾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여왕이 어느 정도 지휘가 가능한 것은 여왕의 근위대뿐이다. 이들은 여왕을 따라다니며 주변에 있는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이들도 다른 전략 게임처럼 세밀한 조종을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진행 방향은 지정할 수 있지만 어떤 적을 공격할지는 알아서 판단한다. 이마저도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여왕을 따라다니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 여왕의 근위대는 최대 600명 밖에 가질 수 없다. 대부분의 아군은 Orsas의 지원군인데 이들은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이들의 행동 패턴은 두 가지뿐이다. 자신에게 체력이 많으면 적에게 돌격한다. 체력이 적으면 도망친다. 이는 Orsas의 왕도 마찬가지다. 일반 병사보다 체력이 높고 공격력이 세지만 AI가 단순해 적에게 포위당해 죽기 일쑤다. Orsas 왕의 죽음도 패배 조건에 들어가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보면 없느니만 못한 동맹이라는 생각이 든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적도 이와 같은 단순한 인공지능을 가졌다. 승리 조건이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기 때문에 적장 근처에 여왕이 가기만 해도 알아서 돌격하다 죽어 쉽게 이길 수 있다. 멍청한 아군과 멍청한 적군이 싸우기 때문에 의외로 밸런스는 맞는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개입하기 전에 전투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적장에게 돌격해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아무리 많은 병사가 나오는 전투라도 소수의 병사가

[책]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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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역사 속 다양한 음식들을 칠죄종 에 따라 장을 구분하였다. 금기라는 테마를 칠죄종과 엮는 것은 가톨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시도였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어떻게든 커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옷에 몸을 맞춘듯한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음식과 연관시키기 좋은 폭식 같은 주제는 별문제 없다. 색욕 , 나태 , 탐욕 의 경우에도 왜 여기서 다뤄야 하는지 의아한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노 나 오만  같은 챕터는 아무리 관대한 마음을 가져도 넘어가기 힘들다. 작가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모호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더 나아가서 질투에 해당하는 음식은 찾을 수 없었는지 은근슬쩍 챕터명을 불경(blasphemy)이라고 바꿔놓았다. 게다가 작가의 역사 지식이 음식 지식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가 서술하는 많은 얘기가 역사와 민담이 섞여 있다. 저자는 자신도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료로 증명할 수 있는 역사인지 일개 민담이나 야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최소한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제나 역사보다 민담이 재밌다.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둘을 구분 없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사료에 기반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과 다를 바 없다.

[게임] 로스팅 리포트:대학생 수면제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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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리포트:대학생 수면제 사망사건 비주얼 노벨 엔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추리 게임이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플레이했는데, 의외로 정석적인 안락의자 탐정 구조를 가진다. 주인공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용의자들의 증언만으로 범인을 찾는다. 용의자는 3명. 할 수 있는 질문은 총 17개로 10번의 질문 내로 범인을 찾아내 맞추면 된다. 엔딩의 종류는 범인을 지목했지만, 근거를 들지 못하는 엔딩이 4개. 잘못된 범인을 지목하는 엔딩 15개. 제대로 된 추리를 하는 엔딩까지 해서 총 20개의 엔딩이 존재한다. 질문의 조합에 따라 범인을 지목할 때 쓸 수 있는 근거가 달라지기 때문에 엔딩을 전부 수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개의 엔딩을 모아야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 플레이타임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딩 수집 노가다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 편리하게 구현돼있는 것이 크다. 비주얼 노벨 엔진 기반이라 그런지 기타 추리게임과 다른 시스템을 2개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본 적 있는 대사와 그렇지 않은 대사를 구분해 본 적 있는 대사를 빠르게 건너뛰는 기능이다. 비주얼 노벨에서는 흔하지만 추리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기능이다. 또 하나는 선택한 선택지를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엔딩 수집을 위해서는 반복되는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하고 하나라도 실수하면 지루한 반복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택지 취소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실수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책] 도쿄 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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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 무라카미 하루키 귀신 이야기의 기담이 아닌 " 아, 그런 일도 있었나요? 참 신기하네요 "라는 느낌의 기담이다. " 우연한 여행자 ", " 하나레이 만 ", "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 " 시나가와 원숭이 "의 총 5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저 이야기 5개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이 소설들은 기담이다.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기담이니까. 현실적이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도쿄 기담집의 소설들은 현실적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분명한데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온다.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첫 소설인 " 우연한 여행자 "는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놀라운 일을 겪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자신의 직업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그리고 작가의 지인이 겪었다는 평범하지 않지만 있을법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하루키가 소설가인 이상 모든 것은 소설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소설에서 독자를 기이한 세계로 떠민다. 절벽에서 죽일듯한 기세로 순식간에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출근길에 인파에 밀려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밀어낸다.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에 도착할 때쯤이면 너무 밀려났나 싶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돌이 어떻게 움직이나.  도쿄 기담집 에 담긴 단편 중 가장 비현실적인 제목이다. 사실 도쿄 기담집 에 실린 그 어떤 소설보다도 현실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있을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만난 " 시나가와 원숭이 "는 괴이의 세계로 가는 롤러코스터다.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이야기는 원숭이와 함께 현실에서 괴이의 세계로 수직 낙하한다. 이 소설이 재밌는 것은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필력이 없으

[게임] HEAD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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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라는 나라의 갤미디어 신문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은 축제 1주일 전 헤드라이너라는 직책으로 승진한다. 이제 갤미디어 신문에 올라갈 기사는 주인공의 손에 달렸다. 그런데 즐거운 축제 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외적으로는 주변국 리어리스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난민들이 들어오고, 내적으로는 개조 인간과 순수 인간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주인공의 가족과 갤럭시아의 주민들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건 모두 주인공이 선택한 기사에 달려있다.

[책]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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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학부에서 배우는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운영체제 수업은 대부분 리눅스에서 실습한다.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리눅스 커널 소스는 볼 수 있지만, 윈도우 커널 소스를 볼 방법은 없기 때문에 운영체제에 관한 지식은 리눅스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영체제 수업을 듣고 윈도우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구매했던 책이다. 문제는 이 책이 "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라는 것이다. API를 통해 배우는 책이기 때문에 이걸 읽어도 내부 구현의 차이는 알 수 없다. 책 내용이 안 좋은 건 아닌데, 운영체제 수업을 이미 들었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Operating System Concepts 를 읽었으면 이 책은 굳이 읽을 필요 없다. 역시 아무리 찾아봐도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 가능하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공룡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 알기 쉽고 재미있는 비행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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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야기 - 임달연 저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대충 18살부터 21살 즈음일 것이다. 그 몇 년 읽은 책이 나머지 30여 년 동안 읽은 책 수보다 많을 만큼 책 읽는데 열심이었다. 당시에는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YES24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알바비의 대부분을 책에 써도 모자랄 정도로 책을 많이 샀고, 더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는 헌책방도 많이 이용했다. 이 시절 헌책방에서 샀던 책들은 대부분 이사하면서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아직 한 권이 남아있었다. 1991년 출판된 이 책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책이지만 구성은 나쁘지 않다. 비행기의 원리와 역사에 관해 설명하는데,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단순하지만 그래도 설명에 부족한 부분은 없다. 이 책 하나 덕분에 그래도 비행기에 관해서는 이해 못 하는 경우는 없었다.

[책] 신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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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랑법 - 이동현 저 첫 번째 장에서는 제우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다윗과 솔로몬의 여자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장에 이어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과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섞은 세 번째 장으로 마무리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언뜻 보기에 이 두 소재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근대 이전 유럽 철학은 그리스 신화에서 발달한 헬레니즘과 기독교 철학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둘의 엮음은 자연스럽다. 이 둘은 유럽 철학의 근본이기 때문에 미술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됐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도 많은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다. 유명한 그림부터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그림까지 그리스 신화와 성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예술학과 출신이라 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두 소재가 잘 섞였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상관없는 다른 책을 짜깁기하듯이 두 파트가 서로 다른 얘기를 진행해간다.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사랑법 이라는 제목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루는 첫 번째 장의 제목이고, 그 뒤 두 개의 장은 신들의 사랑법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 지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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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팀 마샬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샬 의 저서 Prisoners of Geography의 번역서로 지정학 으로 세계정세를 풀어 본 책이다. 트럼프 가 미국 대통령 당선됐을 당시 다른 나라에서 보는 세계정세는 어떨지 궁금해서 샀는데, 어쩌다 보니 책장에 고이 모셔 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 있었다. 국제 정치에 관한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만간에 최신 정세를 반영한 책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번역이었다. 단순히 문장이 깔끔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오역이 많이 보였다. 앞 문장과 모순되는 문장이 있는 경우도 있고, 내가 알던 지식과 다른 내용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알았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진짜로 번역의 문제였다. 심지어 내가 눈치챈 것보다 많은 오역이 있었다. 번역은 둘째치고 책의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개념 설명 없이 국제 정세를 이야기하듯이 풀어서 설명한다. 덕분에 지리와 역사에 대한 간단한 사전지식만 있으면, 지정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관심사를 북극으로 돌려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미래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마무리도 훌륭했다. 하지만 번역 때문에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책]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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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 이근욱 냉전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소련의 멸망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가 극도로 긴장 된 시기를 말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첩보전, 군비 확장, 우주 개발 경쟁, 제3국을 통한 대리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견제하였다. 과도한 핵 경쟁으로 지구 멸망 직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두 국가 사이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기 때문에 냉전이라고 불린다. 냉전의 종식은 소련의 해체로 끝났다. 냉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냉전을 막연하게 Capitalist Bloc과 Communist Bloc의 이념전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관점으로는 20세기 미국과 소련, 중국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니키타 흐루쇼프 의 탈스탈린 운동을 기점으로 스탈린 주의를 고수하던 중국은 소련을 크게 비난한다. 1969년 소련과 중국이 전쟁 직전까지 갈 만큼 사이가 험악해지자 미국은 중국과 손을 잡는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이후인 1979년 수교를 맺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중소 국경 분쟁 이후다. 냉전이 이념 전쟁이었다면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은 양극 체제를 이루던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손을 잡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냉전이라는 단어가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패권 다툼은 전부 냉전이지 않을까? 냉전 시기에도 전 세계에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직접적인 전쟁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이유는 양 국가가 서로를 언제든지 전멸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이미 패권국인 미국은 국가 하나를 지도에서 지우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지녔다. 이건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할 도전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의 경쟁은 직접적인 무력충돌보다 군사기술 발전이나

[책] 평화적 세력전이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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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어떤 미래로 갈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관계를 통해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결론은 영-미 세력전이 같은 평화적 세력전이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애초에 영국-미국 세력전이가 평화로웠던 것은 두 나라 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피로도가 쌓였던 게 크다. 두 나라 사이가 평화로웠을 뿐 두 나라가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책] 구멍 뚫린 두개골의 비밀 - 알고 나면 재미있는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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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두개골의 비밀 - 최석민 뇌 과학에 관해 서술한 책으로, 총 세 챕터로 구성돼 있다. 첫 챕터에서 뇌 질환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 그 뒤 챕터에서 기능과 구조를 설명한다. 의사가 썼기 때문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질병이 생기는지에 집중해서 설명하였다. 일단 어렵지 않게 썼기 때문에 막힘 없이 술술 읽힌다.

[게임] Shad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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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쪽이 Shadwen 키 작은 쪽이 Lily 암살자 Shadwen 이 왕을 죽이러 가는 길에 고아 소녀 Lily 를 구해준다. Shadwen 은 빨리 가던 길 가고 싶지만 갈 곳 없는 Lily 는 Shadwen 을 따라간다. 냉혹한 암살자가 왜 쫓아오는 소녀를 뿌리치지 않고 데리고 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고 Lily 와 함께 왕에게 가는 것이 목표다. Shadwen 은 독특한 시스템을 가졌다. 히트맨 이나 어쌔신 크리드 같은 다른 잠입 게임은 적에게 발각되면 전투가 시작된다. 그래서 잠입보다 액션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Shadwen 은 발각되면 게임오버다. 발각되기 전에 적을 죽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잠입 액션 게임처럼 무쌍을 찍으며 진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오버 됐다고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Shadwen 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죽었을 때뿐 아니라 언제든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또한, 아무 키도 누르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주인공이 움직이거나 시간을 흐르게 하는 키를 눌러야 시간이 흐른다. 주인공이 초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고 그냥 게임의 시스템이 그렇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발각되면 안 된다는 제약에 비해 상당히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2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경비병의 시선에 걸리지 않고 끝까지 통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해되는 경비병을 죽이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난이도는 죽일 놈들은 죽이며 진행하는 게 더 쉽다. 다만, 경비병의 시체를 Lily 에게 들키면 진엔딩을 볼 수 없으니 시체를 잘 숨겨야 한다. 독특한 조작감 때문에 쾌감이 느껴지는 액션 게임을 원했던 사람은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잠입 퍼즐 게임으로는 수작이다. 화려한 액션을 보이는 암살 게임은 아니지만 잘 짜인 퍼즐 게임이다. 경비병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 감시가 비어있는 틈을 이용하면 된다. 플레이해보면 경비병의 동선이 매우 섬세하게 짜여있음을 알 수

[게임] Iris.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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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를 이용하는 퍼즐이라는 것과 빅토리아 시대로 보이는 배경에서 Contrast 가 생각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전혀 다른 게임이다. Contrast 는 서커스를 중심으로 근대 과학이 첨가된 퇴폐미가 느껴지는 재즈라면, Iris.Fall 은 동화와 마법이 어우러진 인형극이다. 주인공이 악몽에서 본 검은 고양이를 따라 이상한 폐가의 지하실에 들어가면서 게임은 시작한다. 폐가를 오르며 막힌 길을 열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을 푼다. 탑을 오르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대사도 내레이션도 없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는 적당히 추측해야 한다. 한글화가 되긴 했지만, 대사가 한 마디도 없어서 의미는 없다. 플레이 시간은 4시간 정도. 잘 플레이하면 2회차 플레이할 필요 없이 한 번에 모든 도전과제를 클리어할 수 있다. 창의성보다는 노가다를 필요로 하는 퍼즐이 많기 때문에 2회차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다.

[게임] Do Not Feed the Monke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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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먹고사는 백수인 당신은 친구의 추천으로 이상한 비밀 동호회에 가입한다.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꾸준하게 돈을 들여야 하지만, 원숭이의 케이지를 감시할 수 있는 MonkeyVision 이라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동아리의 기본 규칙은 원숭이들에게 관여하지 않는 것( Do Not Feed the Monkeys )이지만, 걸리지만 않는 수준에서 원숭이들을 적당히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Do Not Feed the Monkeys는 감시카메라 너머의 사람을 관찰하여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이다. 정보는 직접적으로 주어지기도 하고 주어진 키워드를 검색하여 알아낼 수 있다. 알아낸 정보는 동호회에 보고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구매한 케이지의 수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데,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최고 레벨에 도달하면 엔딩이 나오는데 이 엔딩은 몇 개의 케이지를 해결했는지에 따라 결정되며, 케이지별로 진행 방식에 따라 별도의 엔딩이 나온다. 허기와 수면, 집세, 케이지값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첫 번째 플레이에서는 꽤 어렵게 느껴지지만, 케이지별로 언제나 일정한 시간대에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2회차 이상부터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도 멀티 엔딩이고, 케이지의 수도 많기 때문에 게임을 전부 즐기기 위해서는 다회차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한정된 수의 케이지가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지만, 같은 케이지라도 진행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고 동시에 여러 케이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해서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다. 아무 액션 없이 대화만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취향을 많이 탄다.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르 게임 중에서는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장르 취향만 맞으면 누구라도 흥미롭게 플레이할 게임이다.

[게임] 단간론파 Another Episode: 절대절망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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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ikipedia 단간론파 시리즈 외전으로 단간론파1 의 주인공 나에기 마코토 의 여동생 나에기 코마루 와 단간론파1 의 등장인물 후카와 토우코 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식 시리즈의 하나가 아니라 외전으로 분류된다. 그 이유는 추측건대 기존의 단간론파 게임들과 다르게 추리 요소가 전혀 없는 슈팅 퍼즐 게임이라는 것과 기존 작품을 플레이한 사람만 재밌을 스토리 때문일 것이다. 특수한 기능이 있는 총을 이용해 퍼즐을 푸는 슈팅 퍼즐게임이지만, 퍼즐이 쉽기 때문에 퍼즐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없다. 단순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재미가 없다. 단간론파 시리즈를 플레이한 게 아니면 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이벤트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었으니 차라리 게임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그래도 전작들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은 좋아할 요소들은 많이 들어있다. 플레이가 어렵지 않으니 단간론파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팬서비스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해보기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단간론파 시리즈 팬이 아니면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가치는 없다.

[게임] It takes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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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GotY 안 주는 곳은 심사위원이 친구가 없어서임 최소 사양이 친구라는 무지막지한 스펙을 필요로 하는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하던 와중에 마침 주변에 이미 사 둔 사람이 있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시간도 안 돼서 갓게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픽, 연출, 조작, 스토리, 메시지, 캐릭터, 난이도, 재미 그 어떤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 아직 4월이지만, 올해 최다 고티는 이 게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다. 3D 플랫폼 게임을 기본으로 액션, 슈팅, 비행, 레이싱, 퍼즐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다. 다양한 장르가 섞였는데도 난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모든 장르가 협동이라는 테마로 묶여있어 하나의 색으로 보인다. 단순히 메시지만 좋은 것이 아니다. 플레이하면서 꾸준히 드는 생각은 이 파트만 따와서 게임으로 판매해도 잘 팔리겠다 싶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모든 파트의 완성도가 높다. It takes two 의 가장 놀라운 점은 모든 파트가 어렵지 않은데,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게임 실력은 다양해서 모든 유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난이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대중성을 위해 게임의 난도를 낮추었다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임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It takes two 는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는 긴박감을 연출한다. 덕분에 실제 난이도에 비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훌륭하다. 일단 판정이 매우 넉넉하다. 여타 다른 액션 게임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눌러야 하지 않고 대충 그즈음에 버튼을 누르면 된다. 게다가 퍼즐을 못 푸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힌트를 주는데, 한 번에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고 몇 번 삽질하면 힌트를 준다. 힌트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이 대화가 자연스러워 해결책을 게임이 떠먹여 준다는 느낌보다는 스스로 해결했다는 달성감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실패에

[책] 레인보우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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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클래식 - 이장직 독일 음식 전문점이라고 해서 슈바이학센 을 시켰는데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김치가 나온 그런 느낌. 나쁘지는 않다.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책이 두꺼워 읽기 망설여질 수 있지만, 저자가 원하는 대로 입문용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일곱 주제도 연관 없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좋다. 보통 관심 없는 3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을 때는 중간에 지겨워서 한 번 끊어 읽는데 이 책은 그런 것 없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구성이다. 5번째 챕터까지는 괜찮은데 갑자기 6번째 챕터에서 국악을 설명한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썼는데 왜 갑자기.... 클래식 음악은 고전주의 음악. 조금 더 정확히는 바로크 와 낭만주의 음악 사이의 음악으로 바흐 , 헨델 , 하이든, 베토벤 등으로 대표되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음악을 의미한다. 이런 책에서 갑자기 국악을 설명하는 것은 종묘제례악 을 설명하는 책에서 모차르트 가 나오는 것만큼 황당한 구성이다. 사실 이럴 가능성은 첫 장부터 예측 가능했다. 첫 장의 제목이 해날 이다. 그리고 그다음 장부터의 제목은 다날 , 부날 , 무날 , 남날 , 쇠날 , 흙날 이다. 지난번 에 설명했듯이 번역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끼어맞추기다.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은 꼭 우리나라랑 관련 없는 일에 우리나라를 끼워 넣으려고 한다. 번역에 대해 말 나온 김에 계속하면, 마지막 장의 이름을 동시대의 음악 이라고 썼다. Contemporary music 을 흔히 사용되는 현대 음악 대신에 동시대의 음악 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contemporary라는 단어가 현대 와 동시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대 분류를 위해 번역할 때는 현대 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동시대 라고 한다면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므로 현대

요일을 나타내는 순 우리말은?

없다. 요일을 순우리말로 번역해 해날 , 다날 , 부날 , 무날 , 남날 , 쇠날 , 흙날 로 번역해 사용한 사례를 보았다. 이게 뭔 소리인가 해서 찾아보니 순우리말을 너무 사랑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다. 번역이라는 말을 붙이기 아쉬울 정도다. 그냥 아무거나 가져다 붙인 거다. 이 번역어를 억지 번역이라고 하는 이유는 언어의 기원은 생각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 번역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이는 것도 온전히 번역하지도 못했다. 해, 달을 비롯해 지구에서 사람 눈으로 관측 가능한 5개의 행성을 동양에서는 칠요 (七曜)라고 불렀다. 이 중 눈에 띄게 큰 해와 달을 제외한 5개의 행성은 수성부터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진성(辰星), 태백성(太白星), 형혹성(熒惑星), 세성(歲星), 진성(鎭星)으로 불렸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 쯤부터 오행 사상의 화수목금토와 연관지어 생각했다고 한다. 칠요를 특별시 한 것은 동양뿐 아니라 천문학이 조금이라도 발전한 지역에서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고대 바빌론에서는 이 일곱 개의 천체 각각이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이어졌다. 그들도 각각의 천체에 신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 이름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일 것이다. 이 일곱 개의 이름이 달력에 들어간 것은 고대 로마 시대 유대교 문화가 로마에 들어가면서라고 한다. 보통 이런 건 이집트가 기원이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이집트는 7일이 아닌 10일을 기준으로 달력을 설계했다. 7일을 기준으로 달력을 나누는 문화와 classical planet 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만나 로마 사람들은 요일에 신의 이름을 붙였다. 첫날에는 태양의 신 Sol , 둘째 날에는 달의 신 Luna , 그 뒤로는 각각 Mars , Mercury , Jupiter , Venus , Saturn 의 이름이 붙었다. 이 이름의 흔적은 라틴어에는 남아있지만, 영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게

[게임] 슈퍼 단간론파 2: 안녕 절망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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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단간론파 2 - 안녕 절망학원 게임의 구성은 전편인 단간론파 -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과 비슷하다.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는 일상 , 비일상 , 재판 으로 구분되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일상 과 비일상 파트는 전작과 거의 비슷하고, 작품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재판 파트는 논스톱 논의 는 그대로지만, 재판 파트의 다른 미니 게임은 전부 바뀌었다. 플레이타임은 엔딩 보는데 20시간, 도전과제를 전부 깨려면 50시간 정도 걸린다. 도전과제를 깨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작보다 10시간 정도 늘었다. 이는 전작에 없었던 마법소녀 미라클☆모노미 나 모노미 를 키울 수 있는 다마고치 같은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에 도전과제를 노리는 게 아니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사실 도전과제 때문에 한 거지 노가다뿐이라 그리 재밌지도 않다. 본편의 시스템은 전작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많이 보인다. 일단 1편에서는 안 됐던 선택지에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져 다른 인물의 호감도를 올리기 더 쉬워졌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 외에도 같은 지역 내에서 빠르게 걷는 기능이 추가돼 이동이 수월하다. 탐색 포인트도 많이 줄었다. 중요하지 않은 것까지 탐색이 가능해서 시간을 소모시켰던 것에 비해 시간낭비가 많이 줄었다. 스토리에서도 전편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캐릭터다. 하지만 일부 캐릭터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다 보니 일부 인물은 병풍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풍화보다 큰 문제는 비호감 캐릭터가 생기는 것이다. 스포일러 열기 캐릭터 문제는 해결했지만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일단 제일 눈에 밟히는 문제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무리수를 너무 많이 뒀다는 것이다. 스포일러 열기 핵도 2번이나 맞아본 나라가 최악

[영화] 고질라 VS.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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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키피디아 대부분의 괴수 영화가 그렇듯이 크게 괴수와 인간, 두 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괴수 이야기를 담당하는 것은 콩 . 고질라 는 콩 보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존재인 만큼 별도의 이야기는 없다. 모나크 는  콩 과 고질라 의 싸움을 막기 위해 스컬 아일랜드 에 돔을 만들어  콩 을 보호하고 있다. 보호를 받으며 콩 은 고질라 에 필적할 만큼 성장했지만 오랜 감금 생활 때문에 인간들한테 열 받아 있다. 그나마 콩 이 지능이 있는 존재라서 참고 있는 상황. 이런 콩 을 달래가며 그가 살 새로운 집을 찾아주는 것이 콩 과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이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다. 인간 이야기를 담당하는 것은 전작에도 등장했던 매디슨 러셀 . 그는 모나크 소속인 마크 박사와 엠마 박사의 딸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음모론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러던 도중에 고질라 에게 공격당한 에이펙스 에 관한 음모를 파악하기 위해 회사에 잠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괴수 영화가 그렇듯이 러셀 의 이야기는 없어도 서사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안 주니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냥 설정 풀어서 말하는 내레이션 대용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콩 이랑 같이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굳이 매디슨 파트만 인간 이야기라고 한 이유는, 콩 쪽은 어디까지나 초점이 콩 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쪽은 쓸데없는 인간들 이야기 안 하고 콩 이 뭐 하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쪽 서사는 정말 훌륭하다. 다른 감독이면 한참을 낭비했을 지구공동설이나 반중력 엔진 같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 없는 자잘한 설정들은 그냥 대사 한 줄로 넘겨 버린다. 이것 만으로도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애덤 윈가드 감독이 확실히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괴수 영화 팬으로서는 2시간 전부 괴수로 채우는 게 제일 재밌을 테지만 그러면 제작비가 감당인 안 될 테니 이해해줄 수 있다. 근데 매디슨 파트는 진짜 최악이다. 그놈의 Nerds save the world . 언제까지 밀어

[게임] 단간론파 -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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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들을 모아 교육하는 키보가미네 학원. 평범한 학생이던 주인공 나에기 마코토 는 추첨에 뽑혀 입학이 결정된다. 주인공을 포함한 열다섯 명의 신입생이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학교에 방문하지만,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정신을 찾은 신입생들은 자신들이 키보가미네 학원 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모노쿠마 라는 움직이는 곰 인형이 나타나 학원장을 자칭한다. 당황한 학생들에게 모노쿠마 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다. 들키지 않고 살인을 한 사람만 학교에서 나갈 수 있다. 단간론파 -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은 납치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게임이다. 弾丸論破(탄환논파) 라는 제목답게 증거나 증언을 탄환으로 비유한 연출을 많이 사용한다. 플레이타임은 엔딩을 보기까지 20시간, 도전과제 수집까지 하면 약 40시간 정도 걸린다. 챕터는 살인 사건을 기준으로 나누어진다. 한 챕터는 다시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을 일상 , 사건이 일어난 뒤를 비일상 으로 구분하고 마지막에 범인을 지목하는 재판 파트 로 챕터다. 일상 파트 에서는 생존자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여기서 친해진 동료들은 재판에 유용한 스킬을 주기도 하고, 친밀도가 올라가면 스토리와 별개로 이벤트가 발생한다. 비일상 파트 에서는 사건을 조사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물론이고 연관 있는 장소들을 조사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필요한 정보를 다 모을 때까지 재판이 시작하지 않으니 차분히 진행해도 된다. 재판 파트 에서는 범인을 지목하면 되는데, 플레이어와 몇몇 생존자들은 이미 범인을 눈치챈 상태지만 나에기 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감도 못 잡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여 범인을 지목하면 범인의 처형과 함께 챕터가 끝난다. 자극적인 살인 장면에 비하여 트릭 자체는 다른 추리 게임에 비하면 약간 심심하다. 일단 주인공인 나에기 가 수사의 주체가 아니다. 수사는 언제나 다른 인물이 진행한다.

[영화]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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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 지 이십 년 된 영화라 아무 고민 없이 스포일러 포함했습니다. 두 번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니, 혹시 보실 계획 있으신 분은 본문 읽기 전에 읽고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