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내가 아는 경제학 교양서적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책이다. 후기를 보면, 두꺼워서 읽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 책은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다. 복잡한 내용은 빼고 가벼운 문체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독해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무거워서 편하게 누워서 읽지는 못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죽은 경제학자들은 국부론 의 애덤 스미스, 인구 이론의 맬서스, 자유무역론의 리카도,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 자본론 의 마르크스, 현대 경제학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앨프레드 마셜, 제도주의 경제학자 베블런과 갤브레이스, 일반이론 의 케인스, 통화주의자 프리드먼, 공공선택이론을 주장한 뷰캐넌이다. 이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현대 경제학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근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갤브레이스와 프리드먼은 2006년 뷰캐넌은 2013년에 사망했는데 이 책은 1989년에 출판했다. 혹시 원제는 다른가 싶어 찾아봤는데 원제도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다. 즉, 저자 토드 부크홀츠 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은 경제학자라고 부르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뭐 같이 올라간 다른 진짜 죽은 경제학자들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그들과 같은 급으로 분류해주는데, 죽은 경제학자라고 부른다고 뭐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지만. 초판 원서 살아있는 그들을 죽은 경제학자라고 칭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서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I DEA S와 DEA D의 DEA를 같은 폰트로 위아래에 배치하였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여버린 이유가 이 표지 디자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이 고전이 되어 뷰캐넌을 비롯한 남은 경제학자들이 죽은 뒤에도 읽힐 거라는 자신감에서 쓴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을 개정판을 보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