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하판에 구멍내기

지난번 상판을 뜯어냈던 것으로는 온도가 딱히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해보기로 했다. 노트북 아래 바람구멍을 내서 발열을 돕는 것이다. 당연히 하판에 구멍을 뚫는 것만으로는 크게 소용없겠지만, 쿨링 패드를 사용해서 아래쪽에서 끊임없이 바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구멍을 뚫는 것만으로 꽤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됐다. 말하고 보니 이게 노트북에서 모니터를 뜯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하기 싫었던 일이다.

우선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으로 키보드를 분리해냈다. 어차피 모니터도 없는 노트북 USB로 키보드를 연결 못 시키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정말 버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뜯어버렸다.

당연히 아무 곳에나 구멍을 뚫는 것은 크게 소용없다. 어디까지나 발열을 돕기 위한 것이므로 열이 많이 날 것 같은 곳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래서 찾은 타깃은 다음과 같다.

1. 하드디스크

해봐야 40~50도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HDD의 발열도 생각보다 크다. 특히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노트북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다른 부품의 열을 받아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2. SSD

사실 SSD는 발열이 그리 크지 않다.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굳이 구멍을 낼 이유는 없을 것 같지만, 기왕 작업하는 김에 같이 구멍을 뚫었다.

3. 배터리

평소 배터리는 발열이 심한 파트는 아니다. 특히 내가 쓰는 환경과 같이 24시간 전원을 꽂아놓고 쓰는 경우 더더욱 배터리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위험한 파트이기 때문에 특별히 구멍을 뚫었다.

4. RAM

RAM은 특별히 오버클럭을 하지 않으면 딱히 발열이 심하지 않다. 그래서 아무 작업도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RAM 교체를 위해 부분적으로 열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었기 때문에 판을 여는 것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냥 판을 여는 것으로 처리했다.

5. CPU/GPU

사실 발열의 핵심이다. 컴퓨터의 온도는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이 부분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온도를 잡을 수 없다. 방열판을 뜯어내진 않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쪽이 CPU고 어느 쪽이 GPU인지, 사실 둘이 CPU와 GPU가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노트북에서 발열에 이 정도 신경을 쓰는 부품은 CPU와 GPU뿐이니 아마 맞을 것이다.

6. 쿨러

U35는 CPU/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열판으로 모아 하나의 쿨러를 이용해 공랭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당연히 쿨러에 최대한 많은 바람을 넣어줄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키보드를 들어내고 보니 구멍을 뚫으면 오히려 발열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였다.

원래는 쿨러에서 나온 공기가 뒷면으로 빠져나가면서 방열판의 열을 빼는 구조다. 이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쿨러의 윗면이 막혀있어 아래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뒤로 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키보드를 들어내면서 이미 쿨러가 전부 공개돼있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하판에 구멍을 더 뚫어도 방열판의 열을 빼내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계획했던 6개 중 5개 구멍을 뚫었다. 덕분에 내구성이 크게 떨어져 노트북을 옮길 때마다 어딘가에 선이 걸리지 않을까 크게 걱정되지만, 덕분에 무슨 일을 해도 CPU 온도가 50°C를 넘지 않게 됐으니 목적 자체는 달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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