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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단간론파 -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각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들을 모아 교육하는 키보가미네 학원. 평범한 학생이던 주인공 나에기 마코토는 추첨에 뽑혀 입학이 결정된다. 주인공을 포함한 열다섯 명의 신입생이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학교에 방문하지만,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정신을 찾은 신입생들은 자신들이 키보가미네 학원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모노쿠마라는 움직이는 곰 인형이 나타나 학원장을 자칭한다. 당황한 학생들에게 모노쿠마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다.

들키지 않고 살인을 한 사람만 학교에서 나갈 수 있다.

단간론파 -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은 납치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게임이다. 弾丸論破(탄환논파)라는 제목답게 증거나 증언을 탄환으로 비유한 연출을 많이 사용한다. 플레이타임은 엔딩을 보기까지 20시간, 도전과제 수집까지 하면 약 40시간 정도 걸린다.

챕터는 살인 사건을 기준으로 나누어진다. 한 챕터는 다시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을 일상, 사건이 일어난 뒤를 비일상으로 구분하고 마지막에 범인을 지목하는 재판 파트로 챕터다. 일상 파트에서는 생존자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여기서 친해진 동료들은 재판에 유용한 스킬을 주기도 하고, 친밀도가 올라가면 스토리와 별개로 이벤트가 발생한다. 비일상 파트에서는 사건을 조사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물론이고 연관 있는 장소들을 조사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필요한 정보를 다 모을 때까지 재판이 시작하지 않으니 차분히 진행해도 된다. 재판 파트에서는 범인을 지목하면 되는데, 플레이어와 몇몇 생존자들은 이미 범인을 눈치챈 상태지만 나에기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감도 못 잡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여 범인을 지목하면 범인의 처형과 함께 챕터가 끝난다.

자극적인 살인 장면에 비하여 트릭 자체는 다른 추리 게임에 비하면 약간 심심하다. 일단 주인공인 나에기가 수사의 주체가 아니다. 수사는 언제나 다른 인물이 진행한다. 주인공은 그저 조수다. 그렇다 보니 주변 인물들이 정답을 거의 다 알려준다. 사실상 주변 인물들이 추리를 끝낸 상황에서 '이쯤 말했으면 너도 알지?' 수준의 힌트를 받아 정답을 말한다. 플레이하다 보면 내가 이용당하고 있나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추리 게임으로써는 기대 이하지만 의외로 재밌다. 전체적으로 탄환이라는 주제로 연출을 했다. 단간론파는 탄환이라는 컨셉에 맞춰 화면 효과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다른 추리 게임들보다 더 역동적인 느낌이 난다.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은 다름 아닌 캐릭터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다들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라 초고교급 재능을 가진 학생들인 만큼 개성이 넘친다. 특히 스토리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 원하는 캐릭터와 친목질 할 수 있는 일상 파트라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친밀도가 오른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덕분에 엑스트라로 소모되기 쉬운 비중 없는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최애캐가 죽어 절망했다는 사람도 있을만큼 캐릭터 디자인을 잘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완벽하지는 않다. 개성을 강조하다 보니 배경 설정과 안 어울리는 인물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초고교급 폭주족인 오오와다 몬도와 초고교급 점술가인 하가쿠레 야스히로다. 다른 학생들은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보인 사람들이니 이해가 된다. 그런데 폭주족점술가? 오오와다는 다수의 강력 범죄를 저지른 거로 유명한 범죄자고 점술가도 사기 치다 걸려서 야쿠자에 쫓기고 있다.

초고교급 폭주족 - 오오와다 몬도
초고교급 점술가 - 하가쿠레 야스히로

그나마 오오와다 몬도는 일본 최대 폭주족을 이끌며 능력을 보이기라도 했다. 근데 하가쿠레 야스히로는 뭘 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 피셜로 예언 적중률이 20~30%라고 한다. 근데 이건 다 틀리는 예언보다도 쓸모가 없다. 개그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 캐릭터 하나 때문에 키보가미네 학원의 신비감이 사라지기만 한다. 키보가미네 학원은 설정상 스카우트가 초고교급 고등학생들을 찾아내 입학을 권유한다고 했다. 근데 이놈의 스카우트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 애들을 입학시킨 스카우트야말로 학원을 말아먹으려는 진정한 흑막이 아니었을까?

보통 단간론파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것이 충격적인 반전이다. 하지만 그다지 잘 쓴 반전은 아니라고 본다.

스포일러 열기

엔딩을 보면 스쿨모드라는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다. 이 모드는 학생들이 모노쿠마에게 납치됐지만, 살인학원을 시작하지 않고, 평범(?)한 감금 생활을 한다는 평행세계 이야기다. 호감도를 올린 멤버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다만, 여성 캐릭터의 호감도를 끝까지 올리면 그 인물과 사귀게 되는데, 이 감정선이 본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생뚱맞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찍 탈락해 아쉬웠던 등장인물들의 의외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스포일러 열기

전체적으로 장단점이 분명하게 나뉘는 게임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다. 일단 일본 게임 특유의 중이병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하는 것을 추천한다. 추리 게임 마니아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인 게이머를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리 게임을 원했던 사람도 실망할 수도 있다. 단간론파에서 엄밀한 설정이나 치열한 두뇌 싸움은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런 것보다는 오글거리는 감성과 억지스러운 전개를 잘 버무렸으니 이런 점을 즐겨야 한다.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한 번은 재밌게 플레이할만하다. 플레이타임도 충분히 길기 때문에 돈값은 한다. 다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못 보고 넘어가는 대사가 있을 수 있어 대사를 전부 다 보려면 다회차 플레이가 필요한데 이게 생각보다 노가다가 심하다. 다회차를 강요하는 비주얼 노벨 게임에 흔히 들어가는 이미 본 대사를 자동 건너뛰는 기능만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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