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음시트로 기계식 키보드 소음을 줄여보자 (스포: 실패함)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사람들은 '보강판 때리는 소리'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키보드 리뷰에도 흔히 보이는 표현이다. 이 보강판 때리는 소리 때문에 흑축이나 적축 키보드를 사용해도 기계식 키보드에서 소음을 100% 잡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사실 틀린 표현으로 정확히는 '보강판이 울리는 소리'라고 표현해야 한다.

아무리 눌러도 키캡은 보강판에 닿지 않는다.

보강판을 때린다고 하면 흔히 키캡을 누를 때 키캡이 보강판을 때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키캡은 보강판에 닿지 않는다. 이 소리의 정체는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소리다. 보강판의 유무로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강판을 때리는 소리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는 스위치에서 발생한 소리가 보강판을 통해 울리기 때문이지, 보강판 자체가 소리의 원인은 아니다.

이 소리를 줄이는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스프링 자체의 튕김음이 발생하는 경우는 스프링 윤활밖에 답이 없다. 문제는 윤활된 정도에 따라 키감이 많이 변하는데 모든 스위치를 동일하게 윤활할 자신이 없어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소음은 어차피 많이 쓰면 대충 잡히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쓴다.

두 번째 원인은 스위치 하우징과 슬라이더 사이에서의 충격음이다. 정확히는 키를 눌렀을 때, 슬라이더가 하부를 때리는 소리와 키에서 손을 땠을 때, 슬라이더가 올라오며 하우징 상부를 때리는 소리다.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고 싶으면 키를 누르고 손을 바로 때지 않고 잠시 후에 손을 때보자. 둘 다 스프링 소리와는 다른 뭔가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리를 막기 위해 나오는 저소음 스위치들은 슬라이더와 하우징이 닿는 부분에 부드러운 소재를 덧댄 스위치를 말한다. 하우징 하부와 슬라이더 사이의 소리는 구름 타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하우징 상부와 슬라이더 사이에서 나는 소리는 저소음 스위치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key down시 푸른색 동그라미에서
key up시 붉은색 동그라미에서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 슬라이더와 하우징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격음을 싫어한다. 그나마 청축같은 스프링 자체 소리가 큰 키보드를 쓸 때는 신경 쓰지 않는데, 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 소음이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 그래서 리니어 스위치를 구매할 때는 저소음 스위치 위주로 구매한다. 문제는 게이트론 황축을 써보기 위해 지난번에 구매한 키보드가 저소음 스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쉬운 해결법은 저소음 황축 스위치를 구매해서 스위치만 바꿔넣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이게 제일 말이 되는 해결법이다. 근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황축 스위치를 찾느라 키보드 종류에 제약이 있었는데 여기서 스위치를 교체해버리면 뭔가 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흡음 시트였다. 스위치와 기판 사이에 붙이는 흡음재로 이걸 이용해 키보드를 칠 때 발생하는 충격음을 상당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제품 설명이었다. 이것만으로는 슬라이더가 하우징 상부를 때리는 소리는 잡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절반이라도 잡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주문했다.

문제는 별로 효과가 없다. 내가 구매한 제품의 문제인지, 이런 종류의 물건이 전부 효과가 없는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구매한 제품을 기준으로 보면, 충격음을 흡수하기에는 두께가 너무 얇은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하나 발생했는데, 이 흡음재가 충격음을 줄여주기에는 너무 얇았지만, 스위치를 보강판에 고정하지 못하게 만들 두께는 됐다. 그래서 키캡을 뽑으면 스위치도 같이 뽑히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스위치 분해를 위해 스위치 풀러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장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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