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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ENSLAVED: Odyssey to the West 리뷰

 우선 네타 없는 리뷰부터 먼저 하자면 Enslaved는 서유기의 리메이크인 액션게임이다.
 배경은 인간들끼리의 전쟁이 있은 지 약 200년 후. (전쟁이 발생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건물이나 자유의 여신상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보다 먼 미래는 아닌듯하다.) 자연은 파괴되었고(하지만 황무지를 제외하고 도시에 생긴 숲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좋아 보인다.) 인간들은 기계의 노예가 되어 있는 세계에서 몽키(손오공)가 헤드기어(금고저) 때문에 트립(삼장법사)의 노예가 되어, 트립의 고향인 동쪽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중간에 픽시(저팔계)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여 플레이어와 함께하지만, 사오정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빠른 스토리 전개를 위해 없는 게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집 노가다 없이 엔딩만을 보기 위한 플레이 타임은 약간 짧은 듯한 10시간 내외지만 가격이 저렴하므로 딱히 손해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전투법이 한정되어 있어서 2회차 이상부터는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사실 엔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면 1회차 플레이 중간에 때려치우고 깊어질 정도로 전투 패턴이 일정하다.

 게다가 트립과 픽시와 같이 여행한다고 하지만, 사실 몽키 혼자 있어도 크게 상관없다.
 픽시는 스토리를 빼면 정말로 있으나 마나 한 캐릭터다. 지원사격을 해준다고 하지만 딱히 지원사격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1) 언뜻 보기에도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플레이어와 interact할만한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더 아쉽다. 2)
 트립은 적을 유인하는 것과 몽키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것 이외에는 딱히 interact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그나마 유인에 관한 것도 스팀에서 판매하는 Premium edition에 들어 있는 Ninja Monkey를 사용할 수 있는 2회차 플레이부터는 정말 쓸 필요가 없다.

 전투가 쉬운 만큼 퍼즐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퍼즐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귀찮기만 하지 딱히 참신하거나 재밌거나 어렵거나 하지 않다.

 조작감도 엉망이다. 콘솔게임을 이식해온 게임인 만큼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데스크탑 버전을 성의 없이 대강 포팅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단 대부분 액션게임은 기본적인 키 배치를 오른손은 마우스에 왼손은 wasd를 중심으로 한 키보드 왼쪽에 둘 수 있도록 배치가 된다. 근데 Enslaved에서는 생뚱맞게 탄환 종류 바꾸는 키를 방향키에 배치해두는 바람에 플레이 중 마우스에서 손을 떼거나 키보드에서 손을 떼거나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Hint들에서 키를 콘솔버젼의 키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하여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달리는 것과 걷는 것을 선택할 수도 없다. 지역에 따라 어떤 지역은 무조건 달려지고, 어떤 지역은 무조건 걸어지는데, 이것도 플레이하다 보면 상당히 짜증 나게 한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가끔 어떤 방향키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주인공의 특성상 벽이나 기둥 같은데 매달려서 뛰어다니는 액션을 자주 해야 하는데 이때 눌러야 하는 방향키가 직관적이지 않다. 키를 잘못 눌렀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는 액션이 나오지 않는다.
 장해물이 아닌 일반 지형에서도 분명히 이동할 수 있을 만한 높이 차이에서 이동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또한, 포팅실수인지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정된 것인지 카메라 이동도 플레이를 방해한다. 이 정도로 플레이를 방해하는 카메라 이동은 Devil May Cry 3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흔들리는 시점 때문인지 이펙트가 이상하게 들어간 것인지 플레이 중 울렁거리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어찌 됐든 조작감과 화면연출 모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1) 다만 픽시가 치는 드립들이 깨알같이 재밌기는 하다.
2) 픽시로 플레이할 수 있는 DLC가 존재하기는 한다.


이 이후로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보기 시작하면 문제가 더 심해진다.

 트립과 몽키는 피라미드의 노예선에 붙잡힌 채로 만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나오는 대사로 피라미드에 반항하는 사람들은 전부 죽여버린다는 대사가 나오고 실제로 마을 하나를 전부 죽여버리는 것도 보인다. 근데 누가 봐도 반항할 것으로 보이는 몽키를 피라미드가 어떻게 납치했는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안 나온다.

 그리고 몽키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이나 어째서 그렇게 강한지도 안 나온다. 몽키의 과거에 대해서는 고아로 혼자 떠돌아다녔다는 정도의 말밖에 안 나온다. 픽시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헤드기어 때문에 기계로 판단되어 공격당하는 일이 있는데, 몽키가 '빌어먹을 헤드기어'를 외치지 않았다면, 아니 외쳤음에도 몽키의 몸이 기계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에 대해 의심되기도 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트립이 우연히 만난 몽키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근데 사람 하나가 쓸어버리는 기계들에 마을 하나가 대항해도 전멸당한다는 설정은 약간 억지스럽다.

 몽키가 트립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도 알 수 없다.
 일단 트립이 딱히 매력적인 성격이 아니다.
 처음 노예선에 잡혔을 때 노예선에서 탈출하겠다고 한 짓이(자기 마을 사람이 타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예선을 추락시키는 것이었다. 3)
 자신의 탈출포트에 매달린 채 태워달라는 몽키를 무시하고 탈출을 감행하였으며, 어찌어찌 살아남은 몽키의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헤드기어를 씌워서 자신의 노예로 만든다. 자기가 죽으면 몽키도 죽도록 설정했다고 협박하는데 이 협박이 거짓말이 아닌 것이 플레이 중에 트립을 죽이면 몽키도 쓰러지면서 게임오버된다.
 마을에 도착하여 기계들에 의해 마을이 전멸당한 것을 보자마자 혼자 뛰쳐나가서 몽키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평범한 민폐 캐릭으로서 애교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아직 마을에 기계들이 남아 있는 중에 생존자가 남아 있을 벙커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 짓이 발전소를 과부하 시켜 벙커 방어시스템을 다운시켜 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직 마을에 기계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자 마을까지만 데려다 주면 풀어주겠다던 몽키와의 약속을 어기고 피라미드로 가서 피라미드를 멸망시킬 때까지 함께해달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피라미드는 아무도 살아 돌아온 적 없는 도시 전설 급인 장소라는 것이다. 마을 하나 전멸시키는 것은 손쉽게 하는 노예선들이 드글드글한 본거지로 쳐들어가자는 말은 다시 말하면 싸우다 죽자는 말이다.
 게다가 플레이하면서 가장 짜증 나게 하는 것은 업그레이드를 공짜로 안 해준다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orb를 모아서 트립에게 줘야 한다. 뭐 업그레이드하는 부품 같은 게 필요하니 공짜로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그렇다고 하자. 근데 몽키가 열심히 싸우고 있으면 트립이 orb 좀 모아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근데 자기 바로 옆에 orb가 있어도 트립은 무시하고 지나간다.
 근데 이런 막장스러운 트립을 몽키는 어째서인지 좋아하고 트립이 헤드기어를 해제시켜주자 다시 헤드기어를 켜달라고 하기까지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인지 흔들다리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듯하다.

 피라미드의 행동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에필로그에서 도착한 피라미드의 대장이 말하기를 사람들에게 헤드기어를 씌운 이유는 전쟁 전 풍요로웠던 시절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행복함을 전해주기 위했던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있었던 시절에서는 그런 게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 사람이 사는 황무지는 아직 회복되려면 멀어 보이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이다. 그런 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이유가 피라미드의 기계들 때문이다. 불행의 원인인 피라미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죽이고 하고 있다니 이건 뭐 그냥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밖에 안 보인다.

 게다가 피라미드는 헤드기어를 쓴 사람들이 노예가 아닌 시민이라고 말하는데 chapter 1에서 헤드기어를 통해 사람을 죽이면서 분명히 노예라고 불렀다. 뭔가 10년 장기 연재하면서 중간에 설정이 바뀐 만화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몽키 일행에게 빼앗기는 초대형로봇도 그렇다. 레비아탄이라고 불리는 이 초대형로봇은 피라미드가 최종병기(?) 비슷한 느낌으로 만든 로봇이다. 그런데 작중에서 피라미드가 이런 물건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몽키가 giant dog을 죽이면서 트립과 한 대화에서 아마 giant dog을 죽인 건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고 한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인류 측에는 중형 사이즈의 버서커나 giant dog도 이길 방법이 거의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픽시가 대형 로봇인 스콜피온을 보면서 놀란 것을 보면 아직 피라미드는 스콜피온이 필요한 상황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라미드는 괜히 스콜피온보다 더 강력한 레비아탄을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다. 뭐 이거야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자. 도대체 왜 콕핏을 만들어 인간이 조종할 수 있게한 것일까? giant dog이나 버서커는 물론 피라미드는 이미 수많은 인공지능 로봇들을 가지고 있다. 콕핏을 만들어 인간에게 조종을 맡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냥 피라미드 최종 보스인 앤더슨의 덕심으로 만든 물건일까?

 한 줄 요약해서 말하면 액션성도 조작감도 스토리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3) 실제로 스토리를 보면 트립과 같이 잡혔다가 여기서 죽은 마을 주민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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