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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게르마니아

타키투스, 게르마니아

게르마니아는 로마인이 로마 주변 민족에 관해 서술한 민족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안 좋은 이유에서 더 유명하다.

타키투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정신적으로 몰락해가는 로마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로마보다 문명은 떨어지지만, 순수성과 용기가 있는 게르만족을 묘사하여 로마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동시에 로마인이 게르만인에게 패배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도박이나 음주 등 게르만인의 안 좋은 모습을 묘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로마인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근거는 없다. 타키투스의 노력이 있음에도 로마의 타락은 계속됐고 결국 200년 뒤 몰락하기 시작했다.

책은 크게 2개로 나누어진다. 첫 파트에서는 게르마니아 지역의 지형과 기후, 게르만족 전체의 일반적인 특성들을 묘사하고, 두 번째 파트에서 부족별 특성과 역사를 기술한다. 재밌는 점은 정작 타키투스가 게르만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끔 타키투스가 게르만을 방문했다는 논문도 나오지만, 게르만에 방문하지 않고 책을 썼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저서를 베꼈다는 비평도 많이 받고 있고, 신빙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사실 타키투스는 로마인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저술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성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

게르마니아가 로마인에게 준 영향은 모르겠지만, 1900년이 지난 뒤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영향받고 말았다. 타키투스가 묘사한 게르만인은 로마인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이상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근데 그걸 본 히틀러가 여기에 반해 게르만인의 순수성을 되찾자 같은 소리를 한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우생학적 사상의 원인이 게르마니아라는 근거는 없다. 이 책이 없었더라도 나치는 우생학을 주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 정권이 게르마니아를 언급했고 선전자료로 사용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게르마니아를 위험한 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던 타키투스는 억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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