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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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전쟁 - 박대재 고대 국가는 어떻게 형성되어 어떤 모습으로 유지됐을까? 고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이다. 당시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그 기록들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록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여러 정황을 근거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고대 국가의 형태를 도시 국가, 분권 국가, 중앙 집권 국가의 3가지로 분류하는데, 그중 분권 국가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분권 국가는 왕은 중심지만 직접 지배하고 지방 영토는 왕과 혈연 동맹관계인 사람들에게 분봉하는 분권 국가 형태를 말한다. 여기서 혈연 동맹이란 지배자의 혈족뿐 아니라 결혼을 통해 맺어진 친족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복 전쟁뿐 아니라 외교와 교섭을 통해 영토 확장을 하기도 한다. 이때 지방의 지배자들은 각 지역에서 왕 못지않은 자치권을 누리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지방 귀족들이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국가 내에 질서를 유지하고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식과 전쟁이 분권 국가를 유지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고 있다. 의식과 전쟁 의 저자는 분권 국가라는 개념을 이용해 4세기 고구려와 백제가, 6세기 신라가 중앙집권화됐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 당시는 중앙집권화가 진행 중인 분권 국가의 형태였고, 고구려는 결국 중앙 집권 국가를 완성하지 못했고, 백제는 멸망 직전에서야 중앙 집권화가 완료했으며 신라도 7~8세기에 이르러서야 완성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지방까지 일원적인 지배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주요 지역에만 관리자를 보내는 거점 지배 방식을 유지했다는 것을 든다. 따라서 4세기 고구려나 백제는 중앙집권화가 진행 중인 분권 국가라는 것이다. 재밌는 주장이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분권 국가의 지방 통치자들은 왕의 혈연 동맹자이고 그 하위 지역의 행정을 책임졌던 것에 반해, 고구려나 백제는 거점에 파견된 관리도 중앙의 관리이고 그 하위 성, 촌의 수장에도 중앙에서 직접 관리를 파견했다. 통일신

[책] 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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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는 염세주의 철학을 공부할 때 샀던 책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의 철학에세이라고 해서 해설서 같은 것으로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쇼펜하우어 의 저서 Parerga und Paralipomena 의 일부분을 번역한 것이었다. 게다가 Parerga und Paralipomena 자체가 자신의 철학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썼던 저서의 보충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라서 입문 단계에서 볼 책은 아니었다. 특히 논리가 엄청 불친절한데 저자가 증명을 철학의 본질이 아닌, 연역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솔직히 이럴 거면 책을 왜 썼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책] 국화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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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은 미군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서양 세계가 겪어온 전쟁은 둘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전쟁은 같은 수준의 인권과 기술을 갖춘 문명국끼리의 전쟁이거나 기술적으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원주민을 상대로 한 학살이었다. 지금 보면 비인도적이라 금지되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 있었다. 서로 간에 전멸은 지양하고 승패가 확실해지면 항복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복한 포로들에 대한 대우가 제네바 협약에 추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명국을 자처하는 일본군의 자살 공격, 항복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 포로에 대한 멸시 등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1944년 6월 미국 정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 에게 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을 분석하라는 임무를 준다. 결국, 전쟁을 끝낸 것은 두 발의 폭탄과 소련군의 진격이었고, 이 책은 1946년이 돼서야 출시하게 된다. 대부분의 독자는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 가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베네딕트 는 미국에 사는 일본인 인터뷰와 문헌 정보를 기반으로 책을 썼다. 이 때문에 인터뷰어가 너무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에 없었던 예리한 분석을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됐다. 국화와 칼 이 보여준 베네딕트 의 지성은 과 번뜩임은 매우 놀랍다. 하지만이 책이 오래전 쓰였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30년 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일본 연호로 생각해도 이미 2세대가 지났다. 이 책을 기준으로 현대의 일본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선입견만 만들고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일본인의 행동 패턴과 기저에 깔린 사상을 알려고 할 때 보다는 베네딕트 가 문제를 풀기 위해 접근한 방법과 인간의 행동 기저를 분석하기 위해 문화와 생활을 분석하려는 노력에 집중해

[책] 독약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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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 - 시부사와 다씌코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살 생각이 아니라  독과 약의 세계사 라는 책을 살 생각이었는데, 책 이름을 헷갈려서 잘못 주문했다. 독에 관련된 야사들을 모아둔 건데, 역사서라기보다는 소설책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분야를 역사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무야 미안해"를 말해야 할 수준. 근데 이건 저자 잘못이 아니고 한국에 출판한 한국 출판사 잘못이다. 원제는 독약의 수첩(毒藥の手帖) 으로 소설가인 시부사와 다쓰히코 가 추리소설 잡지에 기고한 글을 엮은 책이고, 아마존이 분류하는 원서의 분류가 문학/평론인 것을 봐도 아무도 이 책을 역사서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걸 굳이 제목을 바꿔가며 번역해온 출판사의 의도를 모르겠다. 나처럼 실수하는 사람을 낚으려고 그러는 건가?

[만화] 사가판 조류도감 & 어류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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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조류도감 사가판 어류도감 일본의 유명 괴기 만화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이다. 모로호시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면 예상할 수 있겠지만, 사실 표지만 봐도 알지만, 실제 존재하는 조류나 어류 도감이 아닌 상상 속 동물을 그린 기괴 만화다. 상상 속의 동물이긴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을 관찰하여 그렸기 때문에 괴이할지언정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러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몇몇 에피소드는 연결되지만, 별개의 에피소드로 봐도 될 정도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스토리를 보기보다는 모로호시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보는 게 더 재밌다. 하지만 추천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다른 모로호시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이, 호불호가 갈릴 것이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모로호시의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재밌게 볼 것이고, 취향이 안 맞으면 심각하게 재미없는 만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