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국화와 칼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은 미군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서양 세계가 겪어온 전쟁은 둘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전쟁은 같은 수준의 인권과 기술을 갖춘 문명국끼리의 전쟁이거나 기술적으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원주민을 상대로 한 학살이었다. 지금 보면 비인도적이라 금지되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 있었다. 서로 간에 전멸은 지양하고 승패가 확실해지면 항복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복한 포로들에 대한 대우가 제네바 협약에 추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명국을 자처하는 일본군의 자살 공격, 항복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 포로에 대한 멸시 등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1944년 6월 미국 정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에게 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을 분석하라는 임무를 준다. 결국, 전쟁을 끝낸 것은 두 발의 폭탄과 소련군의 진격이었고, 이 책은 1946년이 돼서야 출시하게 된다.

대부분의 독자는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베네딕트는 미국에 사는 일본인 인터뷰와 문헌 정보를 기반으로 책을 썼다. 이 때문에 인터뷰어가 너무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에 없었던 예리한 분석을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됐다.

국화와 칼이 보여준 베네딕트의 지성은 과 번뜩임은 매우 놀랍다. 하지만이 책이 오래전 쓰였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30년 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일본 연호로 생각해도 이미 2세대가 지났다. 이 책을 기준으로 현대의 일본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선입견만 만들고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일본인의 행동 패턴과 기저에 깔린 사상을 알려고 할 때 보다는 베네딕트가 문제를 풀기 위해 접근한 방법과 인간의 행동 기저를 분석하기 위해 문화와 생활을 분석하려는 노력에 집중해서 볼 때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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