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무실의 도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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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의 도른자들 - 테사 웨스트 |
이 책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던 찝찝함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굳이 이름 붙인다면 '전문가 간판을 쓴 비전문가가 쓴 책'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은 회사에서 볼 수 있는 도른자들, 그러니까 흔히 빌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7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의 특징과 대처법을 설명한다. 이 과정을 실제 사례처럼 빌런과 피해자의 모습을 묘사하여,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는데"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다. 하지만 이 공감은 통찰의 결과라기보다, 애초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게 설계된 구조에 가깝다.
이 책의 각 챕터 제목은 그 챕터가 설명하는 빌런의 유형이다. 그리고 여기서 정의하는 빌런의 유형은 강약약강형, 성과 도둑, 불도저, 무임승차자, 통제광, 불성실한 상사, 가스라이팅형으로 이름만 들어도 무슨 유형인지 알만한 이름들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유형을 이해한 뒤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떠올린 뒤 그 인물을 책의 유형에 끼워 맞춘다. 다시 말해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은 성과 도둑 유형이구나. 우리 회사에 이런 특성을 가진 X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사람이 성과 도둑이었구나"가 되는게 아니라 "성과 도둑? 우리 회사의 X가 성과 도둑이었는데, 읽어보니 그 사람이랑 똑같은 행동을 하네"라는 식의 사고 흐름을 가지게 된다. 이건 확증 편향과 바넘 효과를 연상시키는 인지적 설계에 가깝다.
현대 심리학은 사회 심리학 분야에서 아마추어 심리학이 사람을 고정된 유형화를 통해 설명하는 한계를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개인간의 차이를 연속적인 특성(trait)으로 설명하려는 모델을 많이 사용한다. 만약 이 책이 이러한 현대 심리학의 발전 방향을 반영했다면, "불도저 유형의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식의 설명 보다는 직장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특성들(예를 들면 과도한 지위 추구, 책임 회피 성향, 타인의 피드백을 배제하는 경직성 등)을 먼저 제시하고, 이러한 특정 조합이 특정 맥락에서 타인에게 불도저처럼 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독자는 인물을 낙인찍는 대신 행동을 발생시키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길을 가지 않는다. 사람을 이야기 속 인물처럼 다루고, 행동을 서사적으로 소비한다. 결과적으로 독자가 얻는 것은 심리학적 이해가 아닌 이미 가지고 있었던 인상에 대한 정서적 공감일 뿐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심리학이 비판해온 사람을 단순한 유형으로 고정하여 캐릭터로 환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런 방식이 대중 서적으로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대중 서적을 쓸 때 단순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된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특성 차원보다 인물 중심 서사는 더 이해하기 쉽고, 복잡한 심리 모델보다 도덕적 평가가 분명한 캐릭터 구도를 더 빠르게 받아들인다. 카테고리 중심의 모델은 세상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뉴욕대 심리학 교수의 책에서 기대하는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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