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투 크롬북 14 터치 LT0301-01KR

회사에서 개발용으로는 데스크톱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가격이면 랩톱과 데스크톱의 성능 차이가 꽤 있고, 사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사양으로 나오는 랩톱은 말이 랩톱이지 무게 2kg이 넘는 휴대성을 포기한 모델밖에 없어 굳이 랩톱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불편하지 않은데 문제는 회의할 때다. 아무래도 회의할 때 자료를 찾아보기도 귀찮고, 특히 화상회의를 해야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노트북을 빌려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당일에 잡힌 회의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LG 그램을 가져간다. 하지만 당일에 회의가 잡히기도 하고, 사전에 잡혀도 가끔 까먹을 때도 있고, 무엇보다도 귀찮다.
그래서 회사에 놓고 쓸 노트북을 알아봤다. 일단 회사에 놓고 쓸 것이기 때문에 그램 정도로 가벼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개발용으로 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딱히 높은 사양도 필요 없다. 그저 외부 디스플레이에 연결하기 위한 HDMI 소켓만 있으면 된다. 처음에는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찾아봤다. 대체로 20만원 이하에서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업데이트는커녕 보안 패치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1년만 지나도 못 쓰게 되기 일수다. 게다가 이러면 재미없다. 이미 안드로이드는 질릴 정도로 써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것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Chrome OS다.

사실 Chrome OS에 관심이 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Chrome OS를 쓰고 싶어서 안 쓰는 노트북에 Chromium OS를 설치했으나 원하던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포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공식으로 출시되는 크롬북을 사면 이런 삽질을 안 해도 되고, 최신 Chrome OS에는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와 리눅스 컨테이너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롬북도 리퍼 제품을 해외 직구하면 약 2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가 모델의 경우 리눅스 지원은커녕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리눅스와 안드로이드가 지원되는 크롬북을 찾다 보니 가격이 30만원 근처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이들은 해외직구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AS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30만원 제품을 사면서 AS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모험이다 싶었다. 그래서 국내 정발되는 크롬북에는 무엇이 있나 찾아봤다.

놀랍게도 국내에 크롬북을 정식 출시하는 회사는 포인투랩이라고 불리는 중소기업뿐이다. Dell, HP, ASUS는 물론이고 삼성조차도 크롬북은 해외 출시밖에 안 하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사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포인투랩에서 출시하는 제품은 14T라고 불리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14인치 노트북과 11인치 컨버터블인 11C 두 가지 모델이었다. 둘 중 무엇을 쓸지 고민하기는 했지만, 아직 컨버터블에 좋은 기억이 없고 역시 큰 화면이 좋기 때문에 14T를 골랐다.

외부 단자는, 3.5mm 헤드셋 잭, 켄싱턴 락, USB-C 타입, HDMI, USB 2.0, SD 카드 슬롯이 있다. USB-C 타입은 충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USB 단자는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때문에 외부 키보드나 모니터를 연결하고 싶으면 USB 허브도 같이 사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키보드가 표준 키보드가 아니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일단 윈도 키가 존재하지 않고, 대신 컨트롤 키와 알트 키가 넓게 생겼다. 또한, caps lock 키 대신 Search 키가 존재하고 F1~F12 대신 Chrome OS에 특화된 키가 매칭돼있다. 이건 포인투랩 제품이 특이한 것은 아니고 크롬북은 대체로 이런 배열로 나온다. 하지만 각 키의 크기나 배치 등이 크롬북마다 살짝 다르기 때문에 키 스킨을 구매하려면 크롬북을 구매할 때 같이 구매하는 것이 좋다.

Poin2 14T의 장점은 역시 14인치 모니터라고 생각한다. 11인치는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사이즈다. 태블릿으로는 몰라도 노트북으로 사용하기는 힘든 크기라고 생각한다. 역시 노트북으로 사용하려면 최소 14인치는 돼야 한다고 본다.
화면이 180도 회전하는 것도 좋았다. 구매할 때 이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상에 펼쳐놓으면 게임할 때 화면이 흔들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터치를 활용할 수 있다.
12시간의 사용 시간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실 이건 포인투랩 14T의 장점이라기보다는 크롬북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역시 노트북에서 사용 시간이 길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누전이 심하다. 메탈 소재를 쓰는 전자제품에서 누전은 피할 수 없다. 접지를 통해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어댑터에서 충전 중인 LG그램이나 아이패드는 누전이 느껴지지 않는 데 크롬북만 느껴진다는 것은 제품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또한, 백스페이스 키도 문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가끔 벡스페이스 키가 씹히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키스킨의 문제인가 싶어서 키스킨을 제거하고 플레이해보기 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한글 키보드를 사용 못 하는 앱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Chrome OS의 문제로 보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앱에서 한글을 쓸 필요가 있는 사람은 크롬북을 구매하기 전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원 버튼의 위치다. 이것도 포인투랩의 문제가 아니라 크롬북은 전체적으로 이런 디자인으로 나오는데, 이유를 모르겠지만 백스페이스 버튼 위에 전원 버튼이 있다. 이것 때문에 문서 편집하다가 절전모드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저가 제품에서 종종 보이는 마감 문제는 기대보다 괜찮았다. 내 기준이 너무 낮았을 수도 있지만, 메탈 소재 저가 노트북은 종종 모서리가 너무 날카롭다거나 판이 쉽게 휘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는데 14T에서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 4GB RAM이 약간 아쉽지만, 8GB 크롬북은 대체적으로 $600 이상에서 가격이 형성돼있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