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COX CK87 BT

리얼포스를 사용한 뒤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 당시 널리 사용되던 흑축, 적축, 갈축, 청축, 녹축은 전부 사용해봤고 기판도 다양하게 사용해봤지만, 만족감이 리얼포스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남은 방법은 스위치를 분해해 스프링을 교체하는 것뿐이었는데 이건 너무 귀찮았고, 이 귀찮음을 이기고 스위치를 개조해도 리얼포스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리얼포스만 사용하고, 다른 키보드는 무선이나 미니 키보드가 필요한 경우에만 쓰는 서브 키보드로 전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선배 집을 놀러 갔더니 신기한 키보드들을 소개해주었다. 알고 보니 2014년 체리 스위치의 특허가 풀리면서 다양한 스위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체리와 협업해서 나온 일부 스위치와 중국에서 생산된 아는 사람만 아는 스위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색의 스위치들도 출시되었다. 이로 인해 스위치를 개조하지 않아도 손에 맞는 스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기계식 키보드는 구매하지 않으려 했지만 새로 나온 스위치를 써보고 싶어졌다. 스위치만 사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키보드의 스위치를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이상 납땜질은 하기 싫어, 그냥 키보드를 새로 샀다.

COX CK87 BT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키보드는 COX사의 CK87 BT 블랙 게이트론 황축이다. 특별히 이 모델이 좋아서 구매한 것은 아니고 황축 스위치를 사용하는 모델 중, 스위치 핫스왑이 가능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 구매한 것인데, 일단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고급 키캡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PBT 소재에 이중 사출 키캡이라 색도 고급스럽게 잘 나왔다.

이외에도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다. 특히 3개까지 멀티 페어링을 지원한다는 건 나처럼 컴퓨터를 여러 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키감은 약간 미묘하다. 게이트론 황축은 적축이나 흑측과 같은 리니어 방식인데 키압이 적축과 흑축 중간이다. 적축이 45g, 흑축이 60g, 게이트론 황축이 50g이니 흑축보다는 적축에 가까운 키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타건감은 적축보다 흑축에 가깝다. 내가 사용하는 흑축은 전부 보강판 없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혹시 보강판 유무에 따라 달라진 것이 아닌가 싶어, 엄지로 누르는 스페이스키와 자주 쓰이지 않는 펑션키들과 네비게이션 키 등 일부 키를 흑축으로 교체해서 테스트해봤다.

펑션 키, 네비게이션 키, 오른쪽 위 컨트롤 키를 흑축으로 바꿨다.

역시나 황축과 흑축 사이에서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사용한 흑축이 산지 10년 가까이 된 스위치라 탄성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황축 스위치는 크게 만족스럽지 않지만, 키보드 자체는 마감이나 기능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무선 기능이 있는 기계식 키보드를 6만원밖에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일단 키보드 자체는 만족스럽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 키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위치를 테스트해보며 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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