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짝퉁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원제는 Flatland: A Romance of Many Dimensions로, 앨리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Flatland의 수학자인 사각형(Square)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Lineland에 발을 들였던 것을 계기로 Spaceland의 주민인 구(Sphere)의 도움을 받아 Spaceland라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지식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세상에 돌아와서 이 지식을 널리 퍼트리려 하지만, 2차원인 Flatland에서 3차원인 Spaceland를 묘사할 수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게 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되며 소설은 끝난다.

2차원 세계인 Flatland에 대한 설정뿐 아니라 2차원의 주민이 3차원을 보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 1차원의 주민과 다른 2차원의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과정의 묘사가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SF소설로서도 유명해 다른 SF소설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여러 차례 영상화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폐쇄적인 지식인 사회와 엄격한 계급 사회를 비판하는 풍자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에서 묘사되는 Flatland를 당시의 영국 사회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

Flatland를 사회 풍자 소설로 볼 때 우리는 사각형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사각형 입장에서 는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는 스승이자 선구자다. 하지만 그도 그저 자신이 본 것을 알 뿐이다. Spaceland의 주민이라면 한낱 소매치기라도 Flatland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뿐 그가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각형이 3차원 이상의 세계를 유추해냈을 때 는 그의 생각을 허황된 생각이라고 무시한다.

사각형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지성은 구보다 날카롭다. 그는 보지 않은 것도 아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한계는 거기까지다. 하지만 깨달음은 그를 초월자로 만들지 못했다. 초월자는커녕 그는 선구자의 역할조차 해내지 못한다. 사각형이 지식인의 상징이자 저자의 오너캐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 사회에서 저자가 느꼈던 지식인의 벽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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