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varis 2: The Return of the Empress
18,000 vs 18,000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매했는데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
Avaris 2의 주인공은 사막에 있는 Avaris 왕국의 여왕이다. 근데 이름만 여왕이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쿠데타가 일어나 왕국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여왕다운 일을 하는 것은 볼 일이 없다. 쫓겨난 여왕은 이웃 나라인 Orsas 왕국과 손을 잡아 군사를 지원받는다. Orsas 왕국의 지원군과 여왕 근위대를 이용해 반란을 일으킨 장군을 처단하고 왕국을 되찾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여왕이 어느 정도 지휘가 가능한 것은 여왕의 근위대뿐이다. 이들은 여왕을 따라다니며 주변에 있는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이들도 다른 전략 게임처럼 세밀한 조종을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진행 방향은 지정할 수 있지만 어떤 적을 공격할지는 알아서 판단한다. 이마저도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여왕을 따라다니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
여왕의 근위대는 최대 600명 밖에 가질 수 없다. 대부분의 아군은 Orsas의 지원군인데 이들은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이들의 행동 패턴은 두 가지뿐이다. 자신에게 체력이 많으면 적에게 돌격한다. 체력이 적으면 도망친다. 이는 Orsas의 왕도 마찬가지다. 일반 병사보다 체력이 높고 공격력이 세지만 AI가 단순해 적에게 포위당해 죽기 일쑤다. Orsas 왕의 죽음도 패배 조건에 들어가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보면 없느니만 못한 동맹이라는 생각이 든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적도 이와 같은 단순한 인공지능을 가졌다. 승리 조건이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기 때문에 적장 근처에 여왕이 가기만 해도 알아서 돌격하다 죽어 쉽게 이길 수 있다. 멍청한 아군과 멍청한 적군이 싸우기 때문에 의외로 밸런스는 맞는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개입하기 전에 전투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적장에게 돌격해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아무리 많은 병사가 나오는 전투라도 소수의 병사가 나오는 전투와 같은 패턴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한 번 엔딩을 보기 위해 6~70번의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데, 모든 전투가 같은 패턴의 반복이 되기 때문에 단순 노가다 게임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게임에 치명적인 버그가 있어 화면에 나오는 병사 수가 많으면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적을 유인해서 어떻게든 대규모 접전이 일어나가 만들어도 아무 쓸모가 없다. 18,000 vs 18,000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게임 시스템 말고 스토리 상으로도 문제가 많다. 쿠데타로 쫓겨난 여왕이 이웃 나라의 도움으로 나라를 되찾는 스토리라니. 도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궁금할 정도다. 마지막 전투는 18,000 vs 18,000의 최후의 전투에 패배해 도망치는 장군을 쫓아가 처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왕을 따르는 군사는 마지막까지 600명의 근위대뿐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군이 18,000명의 병사를 지휘하고 옆 나라의 왕이 18,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온 그 순간까지 말이다. 내전에 외세를 끌어들인 것만 해도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판인데, 따르는 사람조차 없다. 평소에 어지간히도 인덕이 없었나 보다.
쿠데타는 끝났다. 불충한 장군은 죽었다. 여왕은 빼앗겼던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여왕에게 남은 것은 600명의 근위대와 되찾은 왕좌, 그리고 자신의 왕국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웃 나라의 왕과 그의 18,000명의 병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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