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역사 속 다양한 음식들을 칠죄종에 따라 장을 구분하였다. 금기라는 테마를 칠죄종과 엮는 것은 가톨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시도였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어떻게든 커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옷에 몸을 맞춘듯한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음식과 연관시키기 좋은 폭식 같은 주제는 별문제 없다. 색욕, 나태, 탐욕의 경우에도 왜 여기서 다뤄야 하는지 의아한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노오만 같은 챕터는 아무리 관대한 마음을 가져도 넘어가기 힘들다. 작가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모호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더 나아가서 질투에 해당하는 음식은 찾을 수 없었는지 은근슬쩍 챕터명을 불경(blasphemy)이라고 바꿔놓았다.

게다가 작가의 역사 지식이 음식 지식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가 서술하는 많은 얘기가 역사와 민담이 섞여 있다. 저자는 자신도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료로 증명할 수 있는 역사인지 일개 민담이나 야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최소한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제나 역사보다 민담이 재밌다.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둘을 구분 없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사료에 기반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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