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레인보우 클래식
레인보우 클래식 - 이장직 |
독일 음식 전문점이라고 해서 슈바이학센을 시켰는데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김치가 나온 그런 느낌.
나쁘지는 않다.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책이 두꺼워 읽기 망설여질 수 있지만, 저자가 원하는 대로 입문용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일곱 주제도 연관 없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좋다. 보통 관심 없는 3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을 때는 중간에 지겨워서 한 번 끊어 읽는데 이 책은 그런 것 없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구성이다. 5번째 챕터까지는 괜찮은데 갑자기 6번째 챕터에서 국악을 설명한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썼는데 왜 갑자기.... 클래식 음악은 고전주의 음악. 조금 더 정확히는 바로크와 낭만주의 음악 사이의 음악으로 바흐, 헨델, 하이든, 베토벤 등으로 대표되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음악을 의미한다. 이런 책에서 갑자기 국악을 설명하는 것은 종묘제례악을 설명하는 책에서 모차르트가 나오는 것만큼 황당한 구성이다.
사실 이럴 가능성은 첫 장부터 예측 가능했다. 첫 장의 제목이 해날이다. 그리고 그다음 장부터의 제목은 다날, 부날, 무날, 남날, 쇠날, 흙날이다.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번역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끼어맞추기다.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은 꼭 우리나라랑 관련 없는 일에 우리나라를 끼워 넣으려고 한다.
번역에 대해 말 나온 김에 계속하면, 마지막 장의 이름을 동시대의 음악이라고 썼다. Contemporary music을 흔히 사용되는 현대 음악 대신에 동시대의 음악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contemporary라는 단어가 현대와 동시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대 분류를 위해 번역할 때는 현대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동시대라고 한다면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므로 현대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contemporary를 다른 이름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들은 역사 분류에서는 근대로 번역되는 modern이 경우에 따라 현대로 번역될 수도 있기 때문에 contemporary를 현대 이외의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대 분류에서 사용되는 modern이 일상어에서의 modern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일상어에서 modern은 현대적이고 최신의 것에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대 분류에서의 modern은 일반적으로는 1,500년쯤 시작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쯤까지라고 본다. 그리고 modern이 예술사에서는 조금 더 좁은 범위로 사용된다. 결국 modern을 현대라고 번역하여 contemporary의 대체 번역어를 찾는 것은 전문어와 일상어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헤프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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