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축 키보드는 리니어가 맞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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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키보드 중에 광축이라고 불리는 키보드가 있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전기신호가 흘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스위치가 있어 이 스위치를 어떻게 열고 닫는지 여부로 축이 정해진다. 광축은 이런 전기 신호가 아닌 빛이 통과하는 광센서가 본체에 있고, 자판을 누르면 센서를 가리는 방식으로 눌렀는지 측정한다. 구조가 단순하여 내구성이 좋고, LED를 넣기 좋아 화려하게 만들기 좋고 덕분에 PC방에서 많이 사용된다. 광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접점이 없고 순전히 사용되는 스프링의 압력으로 모든게 결정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키압 옵션은 없어서 다른 압력을 원하는 경우 수작업으로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제조사에서 다양한 키감을 재현하고 있다. 해외에는 다양한 키감의 스위치가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클릭과 리니어다. 리니어는 가장 기본적인 광축 스위치로 광축의 방식을 가감없이 그대로 구현한다. 반면 클릭은 기계식 청축의 타건감을 비슷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이 방식이 청축의 타건감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왼쪽이 클릭 오른쪽이 리니어 클릭은 빨간 동그라미가 걸쇠에 한 번 걸린다. 다른 구조의 접촉부를 가지는 일반적인 기계식과 다르게 광축은 기본적으로 클릭이나 리니어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클릭의 경우 스템(stem)이 내려가는 것을 막는 걸쇠가 있다는 차이만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청축의 클릭음은 재현되지만 청축의 키감은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한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동거리-키압 그래프다. 기계식 청축의 키압 그래프 출처: keychron.com 광청축 키압 그래프 출처: abko.com 왼쪽은 기계식 청축의 키압 그래프고, 오른쪽은 광축 클릭의 키압 그래프다. 기계식 청축의 경우 키가 인식되기 전 키압이 급격히 증가했다 줄어드는 것이 확실...

의외로 키보드 스위치와 함께 사면 좋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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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삼성티비. 추천 알고리즘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흡음시트로 기계식 키보드 소음을 줄여보자 (스포: 실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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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사람들은 '보강판 때리는 소리'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키보드 리뷰에도 흔히 보이는 표현이다. 이 보강판 때리는 소리 때문에 흑축이나 적축 키보드를 사용해도 기계식 키보드에서 소음을 100% 잡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사실 틀린 표현으로 정확히는 '보강판이 울리는 소리'라고 표현해야 한다. 아무리 눌러도 키캡은 보강판에 닿지 않는다. 보강판을 때린다고 하면 흔히 키캡을 누를 때 키캡이 보강판을 때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키캡은 보강판에 닿지 않는다. 이 소리의 정체는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소리다. 보강판의 유무로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강판을 때리는 소리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는 스위치에서 발생한 소리가 보강판을 통해 울리기 때문이지, 보강판 자체가 소리의 원인은 아니다. 이 소리를 줄이는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스프링 자체의 튕김음이 발생하는 경우는 스프링 윤활밖에 답이 없다. 문제는 윤활된 정도에 따라 키감이 많이 변하는데 모든 스위치를 동일하게 윤활할 자신이 없어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소음은 어차피 많이 쓰면 대충 잡히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쓴다. 두 번째 원인은 스위치 하우징과 슬라이더 사이에서의 충격음이다. 정확히는 키를 눌렀을 때, 슬라이더가 하부를 때리는 소리와 키에서 손을 땠을 때, 슬라이더가 올라오며 하우징 상부를 때리는 소리다.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고 싶으면 키를 누르고 손을 바로 때지 않고 잠시 후에 손을 때보자. 둘 다 스프링 소리와는 다른 뭔가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리를 막기 위해 나오는 저소음 스위치들은 슬라이더와 하우징이 닿는 부분에 부드러운 소재를 덧댄 스위치를 말한다. 하우징 하부와 슬라이더 사이의 소리는 구름 타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하우징 상부와 슬라이더 사이에서 나는 소리는 저소음 스위치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key down시 푸른색 동그라미에서 key up시 붉은색 동그라미에서 소리...

[키보드] COX CK87 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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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포스를 사용한 뒤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 당시 널리 사용되던 흑축, 적축, 갈축, 청축, 녹축은 전부 사용해봤고 기판도 다양하게 사용해봤지만, 만족감이 리얼포스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남은 방법은 스위치를 분해해 스프링을 교체하는 것뿐이었는데 이건 너무 귀찮았고, 이 귀찮음을 이기고 스위치를 개조해도 리얼포스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리얼포스만 사용하고, 다른 키보드는 무선이나 미니 키보드가 필요한 경우에만 쓰는 서브 키보드로 전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선배 집을 놀러 갔더니 신기한 키보드들을 소개해주었다. 알고 보니 2014년 체리 스위치의 특허가 풀리면서 다양한 스위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체리와 협업해서 나온 일부 스위치와 중국에서 생산된 아는 사람만 아는 스위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색의 스위치들도 출시되었다. 이로 인해 스위치를 개조하지 않아도 손에 맞는 스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기계식 키보드는 구매하지 않으려 했지만 새로 나온 스위치를 써보고 싶어졌다. 스위치만 사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키보드의 스위치를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이상 납땜질은 하기 싫어, 그냥 키보드를 새로 샀다.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키보드는 COX사의 CK87 BT 블랙 게이트론 황축이다. 특별히 이 모델이 좋아서 구매한 것은 아니고 황축 스위치를 사용하는 모델 중, 스위치 핫스왑이 가능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 구매한 것인데, 일단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고급 키캡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PBT 소재에 이중 사출 키캡이라 색도 고급스럽게 잘 나왔다. 이외에도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다. 특히 3개까지 멀티 페어링을 지원한다는 건 나처럼 컴퓨터를 여러 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키감은 약간 미묘하다. 게이트론 황축은 적축이나 흑측과 같은 리니어 방식인데 키압이 적축과 흑축 중간이다. 적축이 45g, 흑...

[책]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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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이과 드립 만화  xkcd 운영자로 유명한 랜들 먼로가 쓴 아동용(?) 과학책이다. 원서 Thing Explainer 는 전문용어 없이 40여 개의 주제를 1,000개의 쉬운 단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역하면서 사용된 단어는 1,500개로 늘었지만, 일상용어로 설명해준다. 전문 용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단점도 있다. 친절한 과학 그림책 으로 얻은 지식은 확장하기 힘들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면 무엇을 알아봐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석유를 석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타는 물"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문맥상 나올 단어가 석유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해당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올바른 방법은 주변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내용을 해석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보다 선물해주기 좋은 책은 없다. 하지만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면 잠시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결국 풀어서 해석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 될 테니 말이다.

[책] 일본인과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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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에로스 - 서현섭 2004년 나온 개정판이 아닌 1995년 판인 것을 보면 비행기 이야기 와 마찬가지로 헌책방에서 산 책인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시기상으로는 2010년 즈음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 읽었던 것과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쓰인 1995년 읽은 독자들의 감상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10년 느낀 감상과는 꽤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5년이면 아직 대중문화 개방을 하기 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나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런 시기였기 때문인지 일본 외교관 출신인 서현섭 작가의 책은 새로운 지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기준에서였고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지식이 돼버렸다. 3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책]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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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호킹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중 하나인 스티븐 호킹 의 대표적인 대중 서적으로, 현대 과학이 보는 우주에 대해 아무런 수식 없이 글만으로 설명한 책이다. 우주에 관한 책이지만 제목이 시간의 역사인 이유는 현대 과학에서 시간과 공간이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spacetime 으로 모델링 되기 때문이다. 즉, 시간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이고, 나아가서 과학이 우주를 보는 세계관의 역사이다. 제목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지만 책을 이해하는데 그림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88년 출간한 A Brief History of Time 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증보판을 내면서 그림을 추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림 없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책이다. 대중 서적으로 분류되지만 어려운 주제를 다룬 만큼 읽기 쉽지 않다. 처음 완독할 때까지 몇 번이나 다시 읽었고, 이미 몇 번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 언제나 새롭다. 오죽하면 책을 구매한 사람과 실제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계산한 지표에 호킹 인덱스 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이 책 때문이었을 정도다.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물리와 우주에 관해서 이보다 좋은 책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새로 책을 사는 사람이 이 책을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1988년에 쓰인 책이라 최신 내용은 담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과 관련한 최신 내용을 반영해 2005년에 재출간했다. 그리고 새 책은 우리나라에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름이 이름이다 보니 새 버전을 요약본이라 생각해 "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를 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새로 살 사람들은 더 최신 내용이 반영된 "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책]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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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 그레고리 하틀리 , 메리앤 커린치 미 육군에서 심문관으로 근무했던 그레고리 하틀리 가 지은 바디 랭기지를 읽는 노하우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을 읽으려면 편견 없이 관찰하지만 관찰한 결과를 그 사람의 문화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즉, 사람의 생각을 책처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책은 쉬운 그림 동화가 아니라 사전 지식이 필요한 외국어로 쓰인 전문 서적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한국의 생활이 서구적으로 됐다고 해도 한국인이 미국인이 아닌 이상 둘의 문화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디 랭기지는 행위자의 사고방식이 어떤 문화에 기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하지만, 어찌 됐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 문화를 기반으로 서술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온 서술 중에서 어떤 행동이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큰 그림을 제외하면 세세한 기술들은 한국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유익한가와 별개로 책 자체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나는 이 건 전적으로 메리앤 커린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30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그중 대부분이 공동 저자다. 그리고 그 책들에 그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책의 내용을 보면 그녀가 없이 공동 저자가 혼자 책을 썼다고 해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나는 너를 책처럼 읽을 수 있어 "의 경우에도 미 정보국 출신 그레고리 하틀리 의 경험과 지식으로 책을 구성하기 때문에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린 메리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author와 writer가 구분된 것이다. author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책을 쓰지만,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어디까지...

구독하던 블로그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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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오랜만에 구독하던 블로그들을 정리했다. 2013년 구글리더 가 죽고 Feedly 로 옮겨간 뒤 처음 하는 작업이니 8년 만에 처음 하는 일이다. RSS로 블로그를 본 지 10년이 넘었다 보니 오래된 블로그들도 많이 있었고, 당연히 이제는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링크 자체가 연결이 안 되는 블로그도 많이 있었다. 블로그 주소를 바꾼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서비스로 이전했을 거고, 아마 절필한 사람도 있을 거다. 이유야 어찌 됐든 처음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 신세 졌던 많은 사람의 글을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없는 피드들을 정리하다 보니 재밌는 현상이 보였다. 블로그 자체는 최신 글이 올라오는데 RSS 피드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런 블로그를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괜찮은 글을 쓰길래 구독하려고 했는데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구독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다. 새 글을 쓰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 알려주고 별도의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식이었다. 당장 내 블로그도  Trackback 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답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블로그도 꽤 봤었다. 하지만 블로그는 당연히 피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 블로그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럴거면 그냥 미디엄 이나 텀블러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 되지 왜 블로그를 하는 걸까? 어쨌든 이런 블로그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피드를 제공했던 블로그들조차 피드를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되느냐와 상관없이 그냥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거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 스몰토크 - 대화가 쉬워지는 말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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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 - 임철웅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스몰토크라는 것이 유행이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려고 스몰토크라고 쓰지만, 영어로는 그냥 small talk이다. 즉, 스몰토크는 본질적으로 그냥 잡담이다. 이걸 굳이 연습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같은 잡담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남녀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잡담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잡담을 잘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잘 기억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토픽을 잘 캐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지 이유는 아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타인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이걸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고 행동만 공식처럼 외워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언젠가 본성을 눈치챈다.  영업직이나 사업하는 사람처럼 성향에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과 잡담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연습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라면 스몰토크를 연습할 시간에 Smalltalk 으로 프로그래밍이나 할 것이다.

[게임] Avaris 2: The Return of the Em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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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vs 18,000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매했는데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Avaris 2 의 주인공은 사막에 있는 Avaris 왕국의 여왕이다. 근데 이름만 여왕이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쿠데타가 일어나 왕국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여왕다운 일을 하는 것은 볼 일이 없다. 쫓겨난 여왕은 이웃 나라인 Orsas 왕국과 손을 잡아 군사를 지원받는다. Orsas 왕국의 지원군과 여왕 근위대를 이용해 반란을 일으킨 장군을 처단하고 왕국을 되찾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여왕이 어느 정도 지휘가 가능한 것은 여왕의 근위대뿐이다. 이들은 여왕을 따라다니며 주변에 있는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이들도 다른 전략 게임처럼 세밀한 조종을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진행 방향은 지정할 수 있지만 어떤 적을 공격할지는 알아서 판단한다. 이마저도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여왕을 따라다니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 여왕의 근위대는 최대 600명 밖에 가질 수 없다. 대부분의 아군은 Orsas의 지원군인데 이들은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이들의 행동 패턴은 두 가지뿐이다. 자신에게 체력이 많으면 적에게 돌격한다. 체력이 적으면 도망친다. 이는 Orsas의 왕도 마찬가지다. 일반 병사보다 체력이 높고 공격력이 세지만 AI가 단순해 적에게 포위당해 죽기 일쑤다. Orsas 왕의 죽음도 패배 조건에 들어가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보면 없느니만 못한 동맹이라는 생각이 든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적도 이와 같은 단순한 인공지능을 가졌다. 승리 조건이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기 때문에 적장 근처에 여왕이 가기만 해도 알아서 돌격하다 죽어 쉽게 이길 수 있다. 멍청한 아군과 멍청한 적군이 싸우기 때문에 의외로 밸런스는 맞는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개입하기 전에 전투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적장에게 돌격해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아무리 많은 병사가 나오는 전투라도 소수의 병사가 ...

[책]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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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역사 속 다양한 음식들을 칠죄종 에 따라 장을 구분하였다. 금기라는 테마를 칠죄종과 엮는 것은 가톨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시도였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어떻게든 커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옷에 몸을 맞춘듯한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음식과 연관시키기 좋은 폭식 같은 주제는 별문제 없다. 색욕 , 나태 , 탐욕 의 경우에도 왜 여기서 다뤄야 하는지 의아한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노 나 오만  같은 챕터는 아무리 관대한 마음을 가져도 넘어가기 힘들다. 작가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모호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더 나아가서 질투에 해당하는 음식은 찾을 수 없었는지 은근슬쩍 챕터명을 불경(blasphemy)이라고 바꿔놓았다. 게다가 작가의 역사 지식이 음식 지식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가 서술하는 많은 얘기가 역사와 민담이 섞여 있다. 저자는 자신도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료로 증명할 수 있는 역사인지 일개 민담이나 야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최소한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제나 역사보다 민담이 재밌다.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둘을 구분 없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사료에 기반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과 다를 바 없다.

[게임] 로스팅 리포트:대학생 수면제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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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리포트:대학생 수면제 사망사건 비주얼 노벨 엔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추리 게임이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플레이했는데, 의외로 정석적인 안락의자 탐정 구조를 가진다. 주인공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용의자들의 증언만으로 범인을 찾는다. 용의자는 3명. 할 수 있는 질문은 총 17개로 10번의 질문 내로 범인을 찾아내 맞추면 된다. 엔딩의 종류는 범인을 지목했지만, 근거를 들지 못하는 엔딩이 4개. 잘못된 범인을 지목하는 엔딩 15개. 제대로 된 추리를 하는 엔딩까지 해서 총 20개의 엔딩이 존재한다. 질문의 조합에 따라 범인을 지목할 때 쓸 수 있는 근거가 달라지기 때문에 엔딩을 전부 수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개의 엔딩을 모아야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 플레이타임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딩 수집 노가다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 편리하게 구현돼있는 것이 크다. 비주얼 노벨 엔진 기반이라 그런지 기타 추리게임과 다른 시스템을 2개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본 적 있는 대사와 그렇지 않은 대사를 구분해 본 적 있는 대사를 빠르게 건너뛰는 기능이다. 비주얼 노벨에서는 흔하지만 추리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기능이다. 또 하나는 선택한 선택지를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엔딩 수집을 위해서는 반복되는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하고 하나라도 실수하면 지루한 반복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택지 취소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실수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책] 도쿄 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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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 무라카미 하루키 귀신 이야기의 기담이 아닌 " 아, 그런 일도 있었나요? 참 신기하네요 "라는 느낌의 기담이다. " 우연한 여행자 ", " 하나레이 만 ", "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 " 시나가와 원숭이 "의 총 5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저 이야기 5개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이 소설들은 기담이다.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기담이니까. 현실적이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도쿄 기담집의 소설들은 현실적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분명한데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온다.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첫 소설인 " 우연한 여행자 "는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놀라운 일을 겪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자신의 직업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그리고 작가의 지인이 겪었다는 평범하지 않지만 있을법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하루키가 소설가인 이상 모든 것은 소설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소설에서 독자를 기이한 세계로 떠민다. 절벽에서 죽일듯한 기세로 순식간에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출근길에 인파에 밀려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밀어낸다.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에 도착할 때쯤이면 너무 밀려났나 싶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돌이 어떻게 움직이나.  도쿄 기담집 에 담긴 단편 중 가장 비현실적인 제목이다. 사실 도쿄 기담집 에 실린 그 어떤 소설보다도 현실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있을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만난 " 시나가와 원숭이 "는 괴이의 세계로 가는 롤러코스터다.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이야기는 원숭이와 함께 현실에서 괴이의 세계로 수직 낙하한다. 이 소설이 재밌는 것은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필력이 없으...

[게임] HEAD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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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라는 나라의 갤미디어 신문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은 축제 1주일 전 헤드라이너라는 직책으로 승진한다. 이제 갤미디어 신문에 올라갈 기사는 주인공의 손에 달렸다. 그런데 즐거운 축제 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외적으로는 주변국 리어리스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난민들이 들어오고, 내적으로는 개조 인간과 순수 인간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주인공의 가족과 갤럭시아의 주민들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건 모두 주인공이 선택한 기사에 달려있다.

[책]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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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 학부에서 배우는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운영체제 수업은 대부분 리눅스에서 실습한다.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리눅스 커널 소스는 볼 수 있지만, 윈도우 커널 소스를 볼 방법은 없기 때문에 운영체제에 관한 지식은 리눅스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영체제 수업을 듣고 윈도우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구매했던 책이다. 문제는 이 책이 " API로 배우는 Windows 구조와 원리"라는 것이다. API를 통해 배우는 책이기 때문에 이걸 읽어도 내부 구현의 차이는 알 수 없다. 책 내용이 안 좋은 건 아닌데, 운영체제 수업을 이미 들었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Operating System Concepts 를 읽었으면 이 책은 굳이 읽을 필요 없다. 역시 아무리 찾아봐도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 가능하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공룡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 알기 쉽고 재미있는 비행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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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야기 - 임달연 저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대충 18살부터 21살 즈음일 것이다. 그 몇 년 읽은 책이 나머지 30여 년 동안 읽은 책 수보다 많을 만큼 책 읽는데 열심이었다. 당시에는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YES24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알바비의 대부분을 책에 써도 모자랄 정도로 책을 많이 샀고, 더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는 헌책방도 많이 이용했다. 이 시절 헌책방에서 샀던 책들은 대부분 이사하면서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아직 한 권이 남아있었다. 1991년 출판된 이 책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책이지만 구성은 나쁘지 않다. 비행기의 원리와 역사에 관해 설명하는데,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단순하지만 그래도 설명에 부족한 부분은 없다. 이 책 하나 덕분에 그래도 비행기에 관해서는 이해 못 하는 경우는 없었다.

[책] 신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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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랑법 - 이동현 저 첫 번째 장에서는 제우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다윗과 솔로몬의 여자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장에 이어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과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섞은 세 번째 장으로 마무리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언뜻 보기에 이 두 소재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근대 이전 유럽 철학은 그리스 신화에서 발달한 헬레니즘과 기독교 철학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둘의 엮음은 자연스럽다. 이 둘은 유럽 철학의 근본이기 때문에 미술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됐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도 많은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다. 유명한 그림부터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그림까지 그리스 신화와 성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예술학과 출신이라 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두 소재가 잘 섞였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상관없는 다른 책을 짜깁기하듯이 두 파트가 서로 다른 얘기를 진행해간다.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사랑법 이라는 제목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루는 첫 번째 장의 제목이고, 그 뒤 두 개의 장은 신들의 사랑법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 지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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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팀 마샬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샬 의 저서 Prisoners of Geography의 번역서로 지정학 으로 세계정세를 풀어 본 책이다. 트럼프 가 미국 대통령 당선됐을 당시 다른 나라에서 보는 세계정세는 어떨지 궁금해서 샀는데, 어쩌다 보니 책장에 고이 모셔 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 있었다. 국제 정치에 관한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만간에 최신 정세를 반영한 책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번역이었다. 단순히 문장이 깔끔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오역이 많이 보였다. 앞 문장과 모순되는 문장이 있는 경우도 있고, 내가 알던 지식과 다른 내용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알았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진짜로 번역의 문제였다. 심지어 내가 눈치챈 것보다 많은 오역이 있었다. 번역은 둘째치고 책의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개념 설명 없이 국제 정세를 이야기하듯이 풀어서 설명한다. 덕분에 지리와 역사에 대한 간단한 사전지식만 있으면, 지정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관심사를 북극으로 돌려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미래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마무리도 훌륭했다. 하지만 번역 때문에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책]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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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 이근욱 냉전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소련의 멸망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가 극도로 긴장 된 시기를 말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첩보전, 군비 확장, 우주 개발 경쟁, 제3국을 통한 대리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견제하였다. 과도한 핵 경쟁으로 지구 멸망 직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두 국가 사이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기 때문에 냉전이라고 불린다. 냉전의 종식은 소련의 해체로 끝났다. 냉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냉전을 막연하게 Capitalist Bloc과 Communist Bloc의 이념전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관점으로는 20세기 미국과 소련, 중국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니키타 흐루쇼프 의 탈스탈린 운동을 기점으로 스탈린 주의를 고수하던 중국은 소련을 크게 비난한다. 1969년 소련과 중국이 전쟁 직전까지 갈 만큼 사이가 험악해지자 미국은 중국과 손을 잡는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이후인 1979년 수교를 맺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중소 국경 분쟁 이후다. 냉전이 이념 전쟁이었다면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은 양극 체제를 이루던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손을 잡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냉전이라는 단어가 미국과 소련 사이의 패권 다툼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패권 다툼은 전부 냉전이지 않을까? 냉전 시기에도 전 세계에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직접적인 전쟁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이유는 양 국가가 서로를 언제든지 전멸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이미 패권국인 미국은 국가 하나를 지도에서 지우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지녔다. 이건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할 도전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의 경쟁은 직접적인 무력충돌보다 군사기술 발전이나 ...